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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 속 노인 구한 '전농중 3인방' 교육감 상…"일 커져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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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 속 노인 구한 '전농중 3인방' 교육감 상…"일 커져 당황"
시상식 내 수줍은 모습…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친구 주스까지 '벌컥'
"뭐라도 하는 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에…"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목에 힘이 없을 때는 머리를 받쳐주고 숨을 안 쉬면 손가락으로 입속 이물질을 확인한 다음 심장 쪽을 압박해야 합니다."
혹한 속에 골목길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어르신에게 롱패딩을 벗어 덮어주고 응급조치를 한 서울 전농중학교 학생 중 한 명인 엄창민 학생은 '쓰러진 사람에게는 어떤 조처를 해야 하느냐'고 묻자 막힘없이 대답했다.
엄군과 정호균군, 신세현군 등 '전농중 3인방'은 19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으로부터 선행모범학생상을 받았다. 위기에 빠진 사람을 도와 세상을 따듯하게 한 공로에 어른들이 감사를 표한 것이다.
사람을 구하는 대단한 일을 해냈지만 3인방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학생들이었다.
선행상을 받으러 온 자리에서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이어지자 부끄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마치 수업을 '땡땡이'치려다 들킨 학생들처럼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
연신 소감을 묻자 엄군은 목이 탔는지 자신 앞에 놓인 오렌지 주스 한 컵을 다 들이키고도 모자라 옆자리 신군이 남긴 주스까지 남김없이 마셨다.
남긴 주스를 마셔도 되느냐고 묻는 엄군과 당연히 된다고 답하는 신군의 모습을 보니 '원래 착한 아이들'이라는 주변의 평가가 새삼 떠올랐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선행이 별것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또 평소 학교에서 배운 응급조치법대로 행동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신군은 길에 쓰러진 일면식도 없는 어르신을 어떻게 돕게 됐느냐고 묻자 "친구들이 먼저 도왔다"면서 "친구가 있어서 나도 돕게 됐는데 일이 커져서 당황스럽기도 하다"고 답했다.
쓰러진 어르신을 발견했을 때 아무도 돕지 않은 게 오히려 의아했다는 엄군은 "혹시 내가 조치를 잘못해 (어르신이)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겁이 난 것도 사실"이라면서 "그래도 무엇이라도 하는 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응급조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서로를 '착한 학생'이라고 평가했다.
어릴 때부터 친구라는 엄군과 정군은 서로에게 "좀 까불거리는 면이 있다"면서도 "그래도 남을 잘 챙겨주는 착한 친구"라고 말했다. 중학교에 들어와 엄군과 신군과 알게 됐다는 신군도 "두 친구 모두 착하다"고 했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하지 않은 일을 해낸 이들 3인방을 통해 반성하고 있다.
롱패딩을 사달라고 부모님을 무작정 조르는 학생들만 '상상'하다가 불과 한 달 전 산 새 패딩을 얼굴도 모르는 어르신을 위해 선뜻 내어준 이들을 마주하는 건 기분 좋은 감동이었다.
전농중에는 3인방을 칭찬하는 전화가 쏟아져 업무가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3인방에게 "선행상도, 관심도 당당하게 즐겨도 될 것 같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팍팍한 세상에 작은 선행들이 확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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