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두뇌유출' 그냥 두면 4차 산업혁명은 꿈도 못 꾼다
(서울=연합뉴스) 국내 주요 대기업의 전문 기술인력이 최근 미국과 중국으로 잇따라 이직해 '두뇌유출'(브레인 드레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R&D(연구·개발) 센터에 근무하던 윤모 수석연구원(부장급)이 지난 7월 미국의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업체인 아마존으로 옮겼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 유학한 인공지능(AI) 분야 전문가로, 아마존의 소프트웨어 개발 선임연구원이 됐다고 한다. 대만 출신인 량몽송(梁孟松)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달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SMIC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됐다. 대만의 국립 칭화대 교수 출신인 그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에 있다가 2011년 삼성전자에 들어왔는데 이번에 중국의 경쟁업체로 다시 옮긴 것이다. 중국은 최근 배터리 사업 투자를 확대하면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업체의 고급인력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대대적 공세를 펴고 있다고 한다. 중국 업체들은 전문 헤드헌팅업체를 동원해 국내보다 훨씬 높은 연봉에다 파격적인 복지혜택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급 기술인력의 해외 유출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쩍 심해지면서 이러다가 국내 주요 산업의 혁신 인재가 고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재 유출도 문제지만 핵심 기술이 함께 새나가는 것도 못지않게 심각하다. 외국 기업들은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분야에 특히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우리 스스로 경계심을 갖지 않으면 이들 분야의 선두자리도 수년 내 다른 나라로 넘어갈 수 있다. 고급 기술인력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내 처우와 근무 환경, 기업 문화 등에서 기인한 듯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달 발표한 '2017 세계 인재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인재 경쟁력 지수는 100점 만점에 55.82점으로 조사 대상 63개국 중 39위였다. 지난해보다 1단계, 2015년보다는 7단계 떨어진 것이다. 한국은 특히 '자국 인재를 유지하고 해외 인재를 유인하는 능력'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전문 기술인력을 애국심으로 붙잡기는 이제 어렵다고 봐야 한다. 성과에 대해 확실히 보상하고, 평가체계나 근무 환경에서 낙후된 점은 과감히 개선해 의욕을 북돋워야 한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먼 미래를 내다보며 R&D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학교·연구소 간의 산학연 협력을 강화해 우수 인력이 자유롭게 교류하면서 기술도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시대적 화두인 4차 산업혁명이나 혁신성장도 우수 인재 확보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을 차단하고 해외 인재의 국내 영입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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