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장관, '협력' 말했지만 위안부합의 향배가 변수
27일 TF보고서 발표에 이은 우리정부 입장정리 후에 가닥 잡힐듯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한국과 일본은 19일 도쿄에서 열린 외교장관회담에서 양국간 협력에 대해 다양한 합의를 했지만 그것이 제대로 이행될지 여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의 향배에 크게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경화 외교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하고, 대북제재의 효과 제고를 위한 긴밀한 공조, 북한을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 지속 등에 합의했다.
더불어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레벨에서의 소통 강화 차원에서 양 장관 간 수시 연락체계 구축 추진, 한일 국장급 협의의 정례화 및 활성화, 유골봉환 및 사할린 한인 지원 등 협력 가능한 사안에 대한 실무 논의 진전 등에도 뜻을 같이 했다. 또 강 장관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계기 방한을 요구했고, 고노 외무상은 적극 검토해 나가자는 뜻을 밝혔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들 논의 내용 중 북핵 관련 공조를 제외한 한일 양자 협력 관련 사항의 진전은 상당부분 오는 27일로 예정된 강 장관 직속 태스크포스(TF)의 한일 위안부 합의 검토 결과 발표와 그에 이은 우리 정부의 합의 관련 입장 정리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아베 총리의 평창올림픽 계기 방한 성사 여부도 마찬가지로 연동돼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내세우고 출범한 TF가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밀실·졸속 합의'였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고, 그에 따라 우리 정부가 재협상 요구 또는 합의 파기를 택할 경우 일본의 강력한 반발과 한일관계의 급속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강 장관이 TF 보고서가 나오기 전 일본을 방문한 것도 그 보고서가 한일관계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측면이 컸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회담에서 고노 외무상에게 TF 관련 동향을 설명했다. 그리고 고노 외무상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착실히 실시(이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 장관에게 전했다고 기자들에게 소개했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위안부 합의에 대한 상대 측 의중을 탐색하는 기회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27일 위안부 합의 검토 TF의 보고서가 나오면 우리 정부는 신중한 고민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선 과정에서 위안부 합의 재협상 추진을 공약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합의의 처리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히 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아베 총리와의 첫 회담에서 위안부 합의와 관련, "우리 국민 다수가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노력해 지혜롭게 해결하자"고 말했다.
결국 우리 정부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정서적 거부감과 위안부 합의의 향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게 돼 있는 한일 협력 사이에서 어느 쪽에 무게 중심을 둘 것인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그런 만큼 문재인 정부 한일관계의 진정한 출발점은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 정리 이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한편, 강 장관은 또 다른 역사인식 문제인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후속 조치에 대해 일본 측의 조속하고 성실한 이행을 촉구함으로써 위안부 합의를 준수하라는 일본의 요구에 맞불을 놓는 모양새를 보였다.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을 알리기 위한 조치 공약 이행을 미루고 있는 일본을 향해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강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한일관계와 관련, "양국간 어려운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미래지향적 성숙한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음"을 강조했고, 고노 외무상도 "한일 양국 간에 존재하는 어려운 문제가 있으나, 이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말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양국 모두 어려운 문제의 '관리'에 공감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문제를 풀어갈지 더욱 주목된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