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탄소배출 허용량 발표에 산업계 "불확실성 더 커질것"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정부가 19일 기업의 내년도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을 발표했지만 이에 대해 산업계에서는 "불확실성만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발표가 이미 6개월가량이나 늦은 데다 애초 계획대로 3개년간 총량이 공개된 게 아니라 달랑 내년 분량만 발표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온실가스 배출권(탄소 배출권) 거래제 참여 기업의 내년도 배출허용 총량을 5억3천846만t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4년 수립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로드맵의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연평균 배출권 할당량이다.
당초 올해 6월 확정했어야 할 2020년까지 3개년간의 배출허용 총량 확정은 내년 상반기로 미뤘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업계는 그간 배출권 관련 계획을 빨리 발표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해달라고 요청했다"며 "하지만 이날 발표는 고작 1년 치에 한정돼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3개년 계획이 발표돼야 내후년을 대비해 배출권을 이월하거나 차입할 계획을 세울 수 있는데 1년은 기업이 관련 계획을 짜기에 너무 애매한 기간"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부터 시행된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기업이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배출권 범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부족할 경우 시장에서 사도록 한 제도다.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업계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배출권이 남는 기업들은 시장에 내놓기를 꺼리면서 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배출권이 남는 업체들은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있었다.
더욱이 올해는 1차 배출권 할당 계획기간이 끝나는 해다 보니 배출권 품귀현상이 더욱 심했다.
배출권 가격 급등은 당장 기업 수익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이를 시장에서 구매하지 못할 경우 과징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발전·화학·철강·시멘트업종 21개 업체는 지난달 28일 정부에 "시장 상황을 개선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낸 바 있다.
업체들은 "배출권 부족기업이 물량을 구매하지 못할 경우 시장 가격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며 "지금 같은 고가의 배출권은 기업의 당기 순이익에도 크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당시 업체들은 정부가 보유한 배출권 예비분 1천430만t을 즉시 공급해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고 배출권 가격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정부 발표에서도 정부 보유분 공급 내용은 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오늘 발표에도 불구하고 배출권 가격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배출권 시장은 근본적으로 정부에서 만든 인위적인 시장이고 국가 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 시장이므로 수급불균형이 발생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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