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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욕망 집요하게 들춰내는 영화 '두 개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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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욕망 집요하게 들춰내는 영화 '두 개의 사랑'
프랑수아 오종 감독 신작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클로에(마린 백트 분)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과 우울증에 시달린다. 복통 역시 자신의 마음 때문이라고 의심한 클로에는 정신과 의사 폴(제레미 레니에)을 찾아간다. 주로 상대의 말을 듣는 편인 폴은 "복통의 원인을 함께 밝혀보자"고 말한다.
영화 '두 개의 사랑'은 폴의 말대로 클로에의 복통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다. 복통의 원인은 영화 막바지에 명쾌하게 밝혀진다. 그러나 그 과정이 전적으로 클로에의 내면과 무의식 탐구에 기대는 탓에, 의학적 원인은 오히려 상징적 장치로 읽힌다.
클로에는 폴에게 자신의 과거와 현재, 꿈 이야기를 털어놓은 끝에 몸과 마음이 모두 좋아진다고 느낀다. 과거 몇 차례 연애도 별것 없었다고 말하는 클로에에게는 사랑이 필요했던 것도 같다. 그러나 폴의 사랑도 클로에를 완전히 치유하지는 못한다.



클로에는 동거를 시작한 날 우연히 폴에게 쌍둥이 형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성까지 바꾸고 의사생활을 하는 폴은 가족사에 대해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클로에는 역시 정신과 의사인 폴의 형 루이를 찾아갔다가 그와도 관계를 맺게 된다.
폴은 다정하고 사려 깊은 성격이다. 거만하고 거친 루이는 똑 닮은 외모 말고는 모든 면에서 폴과 정반대다. 두 사람을 대하는 클로에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폴과는 다정한 사이를 유지하며 정서적 교감을 나누지만, 루이를 만날 때는 상대를 물리적으로 정복하는 데 목적을 둔 사람처럼 보인다.
클로에에게 폴은 일상과 의식의 세계, 루이는 무의식이 품은 욕망의 상징과 같다. 클로에를 상대로 폭력적인 행동을 계속하는 루이는 억눌린 욕망을 들여다보는 게 그에게 필요한 치료법이라고 여긴다. 클로에는 어느 순간부터 루이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려 하지만 무의식은 여전히 그를 붙잡는다.



클로에가 형과 동생을 오가며 캐내는 형제의 감춰진 과거는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그러나 영화의 주제의식은 그런 클로에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의식과 무의식의 싸움에서 나온다.
클로에는 폴에게 형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부터 쌍둥이라는 존재에 끌렸다. 외모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닮았을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영화에서 쌍둥이는 서로 대립하고 투쟁하며 상대를 짓밟으려는 관계로 그려진다. 쌍둥이를 향한 클로에의 이끌림은,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지만 내면에서 완전히 쫓아버릴 수도 없는 금지된 욕망과 환상의 무의식적 표현이다.



퀴어 코드는 물론 가학·피학 등 파격적 성관계 묘사가 여러 차례 이어진다. 정신분석학에 기반한 상징과 은유를 툭툭 던지는 데다 후반으로 갈수록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릿해져 관객에게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근작인 시대극 로맨스 '프란츠'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유독 점잖은 작품이었다면, 이번엔 악동으로 불리던 초창기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벨기에 출신 배우 제레미 레니에는 섬세함과 야성을 오가며 1인 2역을 소화했다. 조이스 캐롤 오츠의 소설 '쌍둥이의 삶'을 바탕으로 '기생성 쌍둥이' 등 기묘하고 환상적인 장치를 보태 이야기를 만들었다. 28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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