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마카오 출신 '애국자' 구애…본토유학 장학금 증액
"돈으로 애국심 사려 하나" vs "로마 가면 로마법 따라야"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중국이 본토에 유학하러 오는 홍콩, 마카오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혜택을 늘리면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지지한다는 조건을 달아 논란이 일고 있다.
"돈으로 애국심을 사려는 것이냐"는 비판론과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옹호론이 양립한다.
중국은 본토 대학에 입학하는 홍콩, 마카오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연간 227만 달러(약 24억6천만원)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전했다.
중국은 그러면서 장학금 수혜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일국양제를 지지해야 한다"는 최우선 조건을 달았다.
장학금 혜택을 늘리면서 중국 법과 학교 규칙 준수, 도덕성, 우수한 성적 등 2006년부터 적용해온 조건에 껄끄러운 단서조항을 덧붙인 것이다.
이에 따라 유학생이 일국양제에 반대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다 적발되면 장학금 수혜 자격이 박탈된다.
대신 조건을 받아들이는 학생들에게는 달콤한 보상이 따른다.
100여 개 본토 대학에 230개 추가 장학금이 생기고 지급액도 평균 70% 인상된다.
현재 홍콩 대학생 1만5천명가량이 중국 본토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학부생의 190명은 약 130만원을, 5천300명은 65만∼98만원을 각각 장학금으로 받고 있으며 대학원생에게는 82만∼492만원의 장학금이 주어진다.
이에 대해 풍와이와 홍콩 직업교사노조 위원장은 "중국이 돈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고 한다"면서 "장학금을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는 데 써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풍 위원장은 "장학금은 성적을 바탕으로 수여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그런다고 해서 홍콩에서 중국에 대한 진정한 애국심을 고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친중국 성향인 교육노동자연맹의 웡콴유 대표는 "조건변화는 잠재적인 지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본토에 유학하러 가는 대다수 학생은 홍콩의 독립을 지원하려고 가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웡 대표는 또 "본토에 공부하러 가면 그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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