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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 움직임 기존 가설 뒤집혔다…학계 첫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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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 움직임 기존 가설 뒤집혔다…학계 첫 보고
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반-화학쏠림성에 달리기와 뒹굴기 반복"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스티브 그래닉 첨단연성물질연구단이 학계에서 처음으로 효소(enzyme) 방향성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무작위로 움직이며 확산한다'고 알려진 기존 가설을 뒤집는 결과다.
효소는 생체에서 촉매 작용을 하는 단백질이다. 우리 몸에만 7만여가지가 있다.
기질(반응물)은 효소를 만나면 화학 반응이 빨라지며 생성물이 되는데, 이 때 효소 자체는 변하지 않으면서 반응을 조절한다.
효소 분자는 촉매 작용 외에는 영향을 받지 않아 '브라운 운동'(Brownian motion)을 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브라운 운동은 액체나 기체 속 작은 입자의 불규칙한 움직임을 뜻한다.
마이크로 수준의 미소 입자와 주변의 액체·기체 분자가 충돌해서 일어난다.
최근엔 '효소가 기질이 있는 곳에서 확산이 빨라진다'는 연구가 잇따라 나오며 화학쏠림성을 가진다는 가설이 유력하게 제시됐다.

일반적으로 효소 움직임을 관찰할 때 '형광 상관 분광법'(Flourescence Correlation Spectroscopy·FCS)을 쓴다.
FCS는 레이저 빔을 시료에 쏘고서 빔 영역을 지나가는 형광 입자 정보를 얻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FCS에 자체적으로 보유한 강점 기술(자극방출고갈현미경·STED)을 접목했다.
이를 통해 레이저 빔 영역을 극도로 작게 만들었다.
보통 FCS 레이저 빔 영역은 지름 250㎚(나노미터)다. 효소 지름 10㎚의 25배 정도다.
연구팀의 STED-FCS는 빔 영역을 50㎚로 줄였다. 큰 빔 영역에선 관찰할 수 없었던 미시적인 효소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기질과 효소의 상호작용만을 보고자 위치에 따라 농도 차가 나는 칩을 설계했다.
일반 FCS를 이용해 효소(우레아제) 움직임을 관찰한 결과 효소가 기질이 적은 쪽으로 이동했다.
기존 화학쏠림성 가설을 뒤집고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반-화학쏠림성'을 처음 확인한 것이라고 IBS는 설명했다.
같은 칩을 STED-FCS로 들여다봤더니 효소가 한 방향으로 가다가 무작위 방향의 움직임을 반복하는 '달리기와 뒹굴기(run&tumble)' 현상이 관찰됐다.

달리기와 뒹굴기는 박테리아 움직임으로 잘 알려졌다.
먹이를 효율적으로 찾고자 직진과 무작위 방향 운동을 반복하는 식이다.
박테리아가 먹이 쪽으로 움직이는 대신 효소는 기질이 적은 쪽으로 움직인다고 IBS는 덧붙였다.
효소가 촉매 작용을 하면서 기질 반대 방향으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 이론적인 이해를 제공한 츠비 틀루스티 그룹리더는 "효소가 기질을 피하는 건 선뜻 이해되지 않는 결과"라며 "효소 촉매 작용이 강력해서, 반응이 한꺼번에 일어나지 않도록 조절하는 체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미국 국립과학원 발간 'PNAS'(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9일 자 온라인에 실렸다.
스티븐 그래닉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장(교신저자), 지아영(1저자)·산디판 두타(2저자) 연구위원, 조윤경(3저자)·츠비 틀루스티(4저자) 그룹리더가 이름을 올렸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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