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들 국민과 가까이…재판부-대리인 간격 5m→3.9m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방식 변경…쟁점 토론 위주·공방식 변론
참고인 늘리고 법정에 그림도 건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거나 관심이 큰 사건을 다루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공개변론 방식이 확 바뀐다.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과 당사자, 변호사들의 자리가 더 가깝게 배치되고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참여해 자유로운 토론 위주로 공방식 변론이 강화된다.
대법원은 지난 15일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법원행정처장 제외)이 참여하는 대법관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대법원에서의 변론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우선 쟁점별 토론 방식의 구두변론이 강화된다. 일방적으로 보고하는 식의 지루한 진술이 이어지는 게 아니라 당사자들이 주요 쟁점을 놓고 공방을 벌이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대법원은 다양한 대중의 의견을 반영하고 공공의 이해관계가 관련된 사항의 심리를 풍부히 하기 위해 공개변론에 나설 참고인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간 주로 대학교수가 참고인으로 선정됐지만, 앞으로는 공익단체와 전문가단체, 이익단체 등의 관계자도 참고인으로 참여하게 된다. 참고인이 지정되지 않은 사건에서는 양측 당사자의 대리인들이 공방식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은 또 법정 디자인을 개선해 재판부와 쌍방 소송대리인 사이에 원활한 대화와 실질적인 토론이 가능하도록 거리를 좁히기로 했다.
재판부가 앉는 자리인 '법대'(法臺)와 변호사인 소송대리인들이 앉는 자리의 기존 거리는 4.9∼5m였지만, 소송대리인 좌석에서 약 1m 앞쪽에 변론을 위한 '진술대'를 추가로 설치하고 자리도 재배치한다.
이에 따라 변론에 참여하는 대리인 수가 최대 6명까지 늘어나고, 변론 과정에서 뒤에 앉은 팀원들로부터 즉석에서 도움을 받는 등 역동적인 '협업 변론'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아울러 대법정에 그림도 걸어 다소 무겁고 딱딱하게 여겨져 온 대법원 재판 분위기도 바꿔나가기로 했다.
대법원은 대법정 좌측 벽면에 지난 13일 고(故) 이두식 화백의 그림 2점 '도시의 축제'를 게시했다. 이 작품은 현대사회에서 잊혀 가는 한국인의 잠재의식과 감성 등을 강렬한 색채를 통해 승화시킨 작품이다.
선진국에서 법정 내에 그림을 건 사례는 많이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라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작품은 정기적으로 교체된다.
이번 규칙 개정은 최근 전원합의체 전담 재판연구관을 새로 선발하는 등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건의 심리와 변론 강화에 심혈을 기울여 온 김 대법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조처로 풀이된다.
새로운 형태의 공개변론은 다음 달 18일 오후 2시로 예정된 '휴일근로 중복가산금' 사건 공개변론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는 휴일근무수당을 계산할 때 단순히 시간 외 근로로만 봐서 통상임금의 1.5배를 줄 것인지, 시간 외 근로 및 휴일근로로 평가해 통상임금의 2배를 지급할 것인지에 관한 사건이다.
이는 주중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볼 것인지, 68시간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와도 연결돼 산업계와 노동계가 주목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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