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 류샤오보 추모벽화 그린 佛국적 화가 연행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프랑스 국적의 중국계 화가가 사망한 중국의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를 기념하는 그림을 전시했다가 중국 당국에 연행됐다.
17일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화가 후자민(胡嘉岷)과 부인 마린 후는 15일 선전(深천<土+川>)에서 개막한 홍콩·선전 도시건축 비엔날레에 노벨평화상 수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류샤오보의 빈 의자를 상징하는 벽화 '시차'(時差)를 출품했다.
전시회장 초입의 관제묘(關帝廟·관우 사당) 담에 높이 2m, 폭 20m 크기로 그려진 이 작품은 철창에 갇힌 중국 산수를 배경으로 봉쇄선, 울타리, 폐쇄회로(CC)TV, 개, 파란색 빈 의자 등이 담겨 있다.
류샤오보에 대한 중국 당국의 구금과 감시, 교도관을 은유하며 자유의 공간을 상징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벽화 옆에는 관우의 적토마와 청룡언월도가 걸렸다.
현재 이 작품은 중국 당국은 선전용 포스터로 가려지고 후자민 부부도 당국에 연행된 상태다.
류샤오보의 친구인 예두(野渡)는 전시회에서 이 작품을 보고는 후자민에게 빈 의자가 류샤오보를 추모하는 의미냐고 묻자 후자민은 거리낌 없이 "그렇다"고 확인하며 예술가의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전시회 첫날 이 벽화는 관람객들의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15일 저녁 공안과 사복경찰이 대거 현장에 도착해 작품을 가리고 관람객들이 찍은 휴대전화 사진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현장에서 후자민 부부는 연행됐다. 당일 저녁 웨이신(微信·위챗)에 "아무 일도 없다"는 글이 올라왔으나 그 후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
후자민은 프랑스 리옹 출신의 부인 마린과 함께 2012년부터 베이징에서 작품활동을 하다가 현지의 통제에 염증을 내고 2015년 말 선전으로 건너와 살고 있다.
후자민은 연행 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나는 과격한 사람이 아니고 운동가도 아니다. 류샤오보에 대한 개인적 연민과 추모의 감정을 빈 의자로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