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거진 틸러슨 교체설…백악관 참모들 "떠날 날 카운트다운"
WP "대북 초대장 발송에 트럼프·백악관 참모들과 재불화" 2월말 교체 가능성 제기
"'대북직접채널' 주장해 면박당한 틸러슨, 지난 일에서 교훈 못얻어"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최근 북한과의 '조건 없는 첫 만남'을 제안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또다시 경질설에 휘말렸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전제조건 없이 기꺼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하겠다"는 파격 발언을 내놨으나, 백악관이 "지금은 대화할 시간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으면서 다시 한 번 균열상이 노출된 상황이다.
틸러슨 장관의 거취는 미국 행정부의 북핵 해법 노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향배가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틸러슨 장관이 북한에 대한 '초대장' 발송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및 백악관 참모들과 다시 한 번 불화를 빚게 됐다"며 "백악관 참모들은 점점 틸러슨 장관에 대해 격분하고 있으며, 그가 자리에 오래 남아있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틸러슨 장관의 이번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명의 핵심 참모들을 화나게 했으며, 이후 백악관 이메일과 전화통이 한바탕 불이 난 끝에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는 바뀌지 않았다"는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의 논평 발표로 귀결됐다는 것이다.
특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이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큰 불만을 제기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은 북한 문제뿐 아니라 파리 기후 협약 탈퇴 및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 문제 등 그동안 여러 가지 외교 정책을 놓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간극이 벌어졌다는 게 백악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WP에 "틸러슨 장관은 지난 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했다"며 지난 9월 말 중국을 방문한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 채널 등을 언급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 낭비"라며 트위터를 통해 공개 면박을 준 일을 언급했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외국의 외교관들과 지도자들이 틸러슨 장관이 트럼프 행정부를 대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 언제 그만둘 것인지에 관해 자주 묻곤 한다"고 했고, 다른 백악관 관계자는 "백악관 관계자들과 외교관, 그리고 다른 정부부처 장관들도 대체로 틸러슨 장관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동맹국들도 틸러슨 장관이 행정부를 대표해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특히 복수의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 주변인사들은 틸러슨 장관이 떠날 날에 대한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며 "(떠날 시점은) 아마 2월이 될 것"이라고 '2월 교체설'을 점쳤다고 WP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일부 주변 인사에게 "틸러슨 장관이 내 등 뒤에서 나에 대해 불평을 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으나, 틸러슨 장관이 자신을 '멍청이'로 불렀다는 과거 NBC 보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믿지 않는다고 한 백악관 관계자가 WP에 전했다.
다만 WP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당초 후임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돼온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더는 유력 후보가 아닐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폼페이오 국장으로부터 정례 보고받기를 즐기는데, 폼페이오 국장이 그 역할을 계속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월초 틸러슨 장관의 '대북 직접 대화론'에 "시간 낭비"라고 공개 질책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무조건 대화론' 발언에 대해 직접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정확한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WP도 자체 입수한 녹취록을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 공휴일 파티에서 '우리 렉스는 어디 있느냐. 렉스가 훌륭하게 일을 해내게 하고 있다'고 말했고, 그 자리에서 틸러슨 장관은 박수갈채를 받았다"며 "현재로써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주변 그룹에 당장 틸러슨 장관을 해임하는 건 아니라고 얘기해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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