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중 정상회담, 미래관계로 나아가는 밑거름 되길
(서울=연합뉴스)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세 번째 정상회담을 했다.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확대정상회담에 이어 소규모 정상회담까지 두 시간 넘게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양국의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양국은 사전에 알린 대로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이견으로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않고 공동기자회견도 갖지 않았다. 대신 각자 입장을 정리한 언론발표문만 내놨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의 브리핑에 따르면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의 확고한 견지, 전쟁 절대 불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도움 등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4대 원칙에 합의했다. 또 정상 간 핫라인을 구축하고 양국 간 협력분야를 정치·안보 분야로도 확대하기로 했다. 사드 이견 탓에 공동성명을 채택하지는 못했지만, 안보 상황과 관련해 나름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다시 거론했다. 확대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는 "지금 모두가 아는 이유로 중한관계는 후퇴를 경험했다"며 간접적으로 짧게만 언급해 문 대통령의 입장을 배려하는 듯도 했다. 그러나 이어진 비공개회담에서는 중국의 입장을 재천명하면서 "한국 측이 이 문제를 적절히 처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한다. 중국 중앙(CC)TV는 시 주석이 "한국과 함께 수교의 초심을 명심하며 서로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존중하는 기본원칙에 따라 진심으로 대하는 이웃 나라의 도리를 견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드 배치와 관련된 중국의 이익과 우려를 존중해 이웃 나라로서 도리를 다하라는 얘기를 에둘러 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11월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던 것과 비교하면 발언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볼 수도 있을 듯하다. 중국 측이 집요하게 거론해온 이른바 '3불(不)'(사드 추가배치 불가·미국 미사일방어 체계 불참·한미일 군사동맹 비추진)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고 한다. 시 주석이 사드 문제를 다시 거론한 것 자체가 아쉬움은 남지만, 사드 갈등을 단번에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지속해서 우리의 입장을 설득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방한해 줄 것을 재차 요청하고, 시 주석은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방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답변보다는 다소 진전됐지만, 여전히 확답은 주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사드 갈등에 대한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시 주석은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동북아 긴장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는데 문 대통령과 의견을 같이했다고 한다. 이를 실행하는 차원에서라도 시 주석이 이른 시일 내에 긍정적인 답을 주길 기대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시험발사한 당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하면서 시 주석에게 중국의 역할 강화를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북원유 공급 중단을 촉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에는 못 미친 듯하다. 우리측 언론발표문에는 '두 정상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포함해 제재·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긴밀한 협력과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만 했다. 중국이 대북 제재와 압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설득하는 것은 중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풀어야 할 숙제인 듯 하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을 시작하면서 모두 발언을 통해 사드 갈등을 씻고 관계개선의 기회로 삼자고 입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평화·번영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는 아름다운 동행의 새롭고 좋은 첫 발걸음을 함께 내딛자"고 했고, 시 주석은 "상호 존경과 신뢰에 기초해 우리가 추구하는 더 나은 길을 닦자"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측 모두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진한 부분은 있지만 적어도 사드 갈등을 덮고 미래의 한중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은 마련됐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얼마나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는 두 나라의 역지사지(易地思之)하려는 노력을 달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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