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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태극전사] 아이스댄스 겜린 알렉산더의 '평창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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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태극전사] 아이스댄스 겜린 알렉산더의 '평창 아리랑'
미국 출신으로 특별귀화해 태극마크
민유라와 함께 12년 만의 피겨 아이스댄스 올림픽 출전 이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선수 겜린 알렉산더(24)가 이달 초 평창동계올림픽 대표 선발전 출전을 위해 훈련지인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인천공항 직원은 그를 줄이 더 긴 외국인 입국심사대로 안내했다.
겜린은 빳빳한 대한민국 여권을 들어 보이며 당당하게 말했다.
"저 한국사람이에요."
겜린은 내년 평창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귀화 선수 중 한 명이다.
귀화 이후 첫 입국 당시 공항에서의 경험을 신이 나서 들려주며 겜린은 "한국 국적을 얻고 나서 한국에 오니 더 환영받는 기분"이라며 "사람들은 전에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잘해주지만 내 기분이 왠지 그렇다"고 말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서 태어난 백인 청년 겜린은 어떻게 먼 나라 한국의 국가대표가 되었을까.
발단을 굳이 찾아보자면 겜린과 한국 간의 매개가 된 스케이트를 처음 접한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겜린의 어머니는 집안일을 하느라 3살 겜린과 쌍둥이 여동생 대니엘을 TV 앞에 앉혀놨는데 돌아와 보니 어린 쌍둥이들이 TV에서 하던 세계피겨선수권대회를 넋을 놓고 보고 있었다고 한다.
겜린의 기억엔 없는 그때의 강렬한 첫 만남 때문이었을까. 7살 때 여동생이 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생일 파티에 초대돼 갔던 것을 계기로 둘은 나란히 스케이트를 신게 됐다.
당시 축구 등 이런저런 스포츠에 도전했던 겜린은 스케이트를 타자마자 "이거다" 싶었다고 회고했다.
겜린 남매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아이스댄스 선수 생활을 시작해 10년 넘게 호흡을 맞췄으나 2015년 대니엘이 은퇴를 하면서 겜린 남매 조도 해체하게 됐다.
"한 집에서 두 명이 스케이트를 타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동생이 그만뒀어요. 저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할 때 유라의 제안을 받았죠."

민유라(22)는 당시 겜린 쌍둥이 남매와 이고르 시필반트 코치 밑에서 함께 배우는 사이였다.
마침 전 파트너와 결별해 새 파트너를 찾던 민유라는 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겜린에게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둘은 새 짝이 됐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민유라는 한국 국적을 택해 한국 대표가 됐고, 겜린은 미국 국적인 채로 국제대회에서 한국 대표로 함께 하다 두 선수의 국적이 일치해야 출전이 가능한 올림픽을 앞두고 귀화를 하게 된 것이다.
2년 전부터 한국어를 공부한 겜린은 한국어로 진행된 지난 7월 특별귀화 면접을 무사히 통과했다. 애국가도 4절까지 외웠는데 30초만 부르라고 해서 아쉬웠다고 한다.
그렇게 한국 여권을 손에 쥔 겜린은 민유라와 함께 완전한 한국 대표로 9월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 나가 내년 평창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우리나라로서는 12년 만의 아이스댄스 올림픽 진출이었다.
점수 발표 순간 전기에라도 감전된 듯 화들짝 놀란 겜린은 이미 프리댄스를 마친 이후부터 울먹이던 민유라와 뜨겁게 포옹하며 감격을 나눴다.
"쇼트 댄스 이후 점수가 비슷한 선수들이 많아서 마지막까지 알 수 없었어요. 프리댄스 이후 키스앤드크라이존에서 긴장하며 점수를 기다리다 등수가 나온 순간 정말 깜짝 놀랐죠. 지금까지 꿔온 꿈에 도달한 순간이었어요."
한국인이 된 지 5개월째인 겜린과 미국에서 나고 자란 민유라는 그 어떤 '토종' 한국 선수보다 한국적인 팀이다.
지난 시즌에는 겜린의 제안으로 2NE1의 '내가 제일 잘나가'와 빅뱅의 '뱅뱅뱅'을 쇼트댄스 음악으로 택했고, 이번 시즌에는 민유라가 먼저 제안한 '아리랑'을 프리댄스 음악으로 쓴다. 의상도 한복을 변형한 것이다.

낯선 음악으로는 호응을 얻어내지 못할 것이라며 코치나 심판들이 만류했으나 민유라로부터 아리랑에 담긴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겜린도 민유라와 함께 아리랑을 밀어붙였다.
"아리랑이 한국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유라가 알려줬어요.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전 세계에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게 돼 뜻깊은 것 같아요."
10년 이상 호흡을 맞춘 커플이 즐비한 아이스댄스에서 함께 한 지 3년이 채 안 된 겜린과 민유라는 부부로 치면 신혼이나 다름없지만 링크 안에서나 밖에서나 다른 선수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환상의 호흡을 과시한다.
겜린은 "여동생과는 연습도 같이 하고 함께 살아서 24시간 내내 붙어있다 보니 안 좋은 점도 있었다"며 "성격은 동생보다 유라랑 더 잘 맞는 편"이라고 말했다.
평창을 향해 달리는 과정에서 얻은 한국 국적이지만, 단순히 올림픽만을 위한 선택을 아니었다.
미국 코치와 함께 하느라 주로 미국에서 머물고 있지만 겜린은 귀화 면접을 통과한 이후에도 한국어 선생님과 영상 채팅 등을 통해 한국어를 열심히 익히고 있다.
어순이 영어와 달라 어렵지만, 상대방이 천천히 말해주면 한국말을 상당 부분 알아듣는다고 했다.
역시 쭉 미국에서 살았지만 할머니 손에 커서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민유라는 겜린의 한국어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불고기와 삼겹살, 돈가스를 좋아하고 전에는 매운 음식을 못 먹었지만 이제는 김치도 잘 먹는단다.
겜린과 민유라는 평창에 이어 2022년 베이징올림픽에까지 한국 대표로 뛴 후 한국에 정착해 아이스댄스 저변을 넓히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민유라는 "왜 한국에서 훈련하지 않느냐고 많이들 물으시는데 한국에는 지도자가 많지 않다"며 "겜린과 함께 은퇴하면 한국에서 아이스댄스를 키우고 싶다고 1∼2년 전부터 생각했다"고 전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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