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임대 등록 안되면 2020년 단계적 의무화 검토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부가 13일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했던 임대주택 의무화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민감한 정책 과제에 대해 다소 진전된 태도를 보여 주목된다.
정부는 이날 임대 등록 활성화방안을 통해 "자발적인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되, 2020년에는 임대 등록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전월세상한제 등도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하겠다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그동안 되풀이했던 '전월세 관련 통계가 구축되고 나서 검토할 만한 사안'이라는 설명보다는 한 발 더 나간 것으로 해석된다.
이제는 단순한 검토 수준을 떠나 계속 임대 등록이 저조하거나 임대차 시장이 진정되지 않으면 2020년에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뜻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등록을 강제하는 것은 전월세 시장의 큰 틀을 바꿀만한 강력한 규제다.
이 때문에 정부는 건강보험료 삭감 혜택까지 동원하면서 자발적인 등록 유도에 주력한 것이다.
이와 관련,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주택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관찰하면서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2020년 이후 임대차 등록을 의무화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며 "이제는 정부가 이들을 추진 과제로 받아들였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작년 기준 전체 주택 1천988만채 중 개인이 보유한 주택은 1천759만채이고 이중 임대용은 595만채로 추정된다.
이 중에서도 등록된 임대주택은 13.2%인 79만채에 불과하다.
여전히 516만채의 사적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은 잦은 이사와 과도한 임대료 상승 등으로 주거불안에 노출되는 것이다.
개인이 등록하는 민간 임대주택은 2012년 40만채에서 작년 79만채로 최근 4년간 2배 증가하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향후 5년간 매년 20만채씩 등록 임대 100만채를 확충해 2022년에는 기존 등록 임대를 포함해 총 200만채의 등록임대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3년 후인 2020년에도 매년 20만채씩 등록 임대가 불어나지 않을 경우 정부는 다주택자부터 단계적으로 임대 등록을 의무화할 개연성이 크다.
정부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에 대해서는 이전에는 전월세 시장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으나 이제는 등록 임대주택이 사실상 이런 제도를 적용한 주택이라는 식으로 밝히고 있다.
등록 임대주택이 되면 임대료 인상률이 5%로 제한되고 계약 기간도 4년, 8년으로 일반 임대에 비해 길어지기 때문이다.
<YNAPHOTO path='PYH2017121320900001300_P2.jpg' id='PYH20171213209000013' title='정부, 임대주택 활성화' caption='(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xyz@yna.co.kr' />
국토부 관계자는 "작년에는 전체 임차가구 835만 가구의 23%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사실상 적용되는 임대주택에 거주했으나 2022년에는 전체 임차가구 900만가구의 45%로 확대돼 주거안정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내년에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임대보증금에 과세하거나 보유세 등 부동산 과세체계에 대한 종합적인 개편방안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세개혁특위는 문재인 정부의 5년간 조세 개혁 로드맵을 마련하는 위원회로 현재 구성 작업 중이며 세제·재정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 학계 인사 등이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조세개혁특위 구성이나 방향에 대한 윤곽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며 "특위가 구성되면 이런 과제들을 검토해 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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