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日 다시 없을 평화 소중히 여겨야"(종합)
시진핑 대신 위정성 추모사…중국 20여곳서 동시 추모 열기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난징(南京)대학살 80주년 추모식에 참석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대신해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주석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갈 뜻을 밝혔다.
위 주석은 13일 '난징대학살 희생동포 기념관'에서 거행된 추모식에서 "일본 군국주의가 발동한 전쟁은 중국 인민뿐 아니라 일본 인민에게도 큰 상해를 입혔다"며 "양국 인민은 다시 오지 않을 평화를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위 주석은 이어 "올해 중일 국교정상화 45주년, 내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을 맞으며 중국과 일본은 양국 인민의 근본이익에서 출발해 평화, 우호, 협력의 큰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역사를 거울로 삼아 미래로 나아가며 세대 간 우호를 기반으로 인류평화에 공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성혜용(親誠惠容·친밀·성의·호혜·포용) 원칙과 선린우호 이념에 따라 이웃을 동반자로 한 주변외교 방침으로 일본을 포함한 주변국과 관계를 심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난징대학살 80주년인 이날 추모식에 시 주석이 참석하고도 내년 3월 퇴임 예정인 위 주석이 일본에 대해 다소 유화적인 추모사를 한 것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 주석은 2014년 첫 국가추모일에 참석, 추모사를 통해 "역사의 범죄를 부인하는 것은 범죄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과거사를 부인하는 일본을 정면 비판했었다.
시 주석 본인의 참석으로 일본에 대해 과거사 반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과 동시에 추모사 연설을 위 주석에게 맡김으로써 일본과 관계를 호전시키겠다는 뜻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위 주석은 추모사에서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중국 인민의 14년간에 걸친 항일 투쟁 기간에 중국은 3천500만 명의 인명 대가를 치렀다"며 "일본 침략자의 피에 젖은 칼에 맞서 우리 동포는 상부상조했고, 여러 외국인 친구들도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난징대학살 현장을 기록한 독일인 존 라베, 난민촌을 세워 구호활동을 벌인 덴마크인 베르하르트 신드버그, 병원을 세워 피해자 치료에 나선 미국인 선교사 존 매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올해로 4회를 맞는 난징대학살 국가추모일 기념식에 시 주석이 참석한 것은 2014년 첫 행사 이후 3년 만이다.
한국에서는 노영민 주중 대사가 국가추모일 기념식에 참석했다.
황쿤밍(黃坤明)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념식은 방공사이렌이 울림과 동시에 희생자에 대한 묵념과 헌화, 80명의 난징시 청소년대표의 평화선언 낭독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위정성 주석의 추모사가 끝난 뒤 난징 각계 대표 6명의 평화의 종 타종에 이어 희생자 30만 명을 상징하는 비둘기 3천 마리가 난징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1985년 8월 15일 문을 연 난징대학살 기념관은 '중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대학살의 현장 위에 세워져 있다. 희생자 추모일은 80년 전 일본의 난징대학살이 시작된 날이다.
중일전쟁 당시인 1937년 12월 13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국민당 정부 수도였던 난징시에서는 30만명 이상(중국 측 추정)의 중국인이 일본군 총칼에 처참하게 숨졌다.
난징대학살 희생 동포 기념관 담벼락에 새겨진 희생자 명부에 오른 사람은 올해 들어 새롭게 20명의 신원이 확인되면서 모두 1만635명으로 늘어났다.
중국은 중국 관영 TV와 라디오, 신화통신 등을 통해 추모식을 생중계하며 중국 전역에 추모 열기를 고조시켰다.
추모식이 시작된 오전 10시(현지시간)에 맞춰 난징 모든 지역에 추모 사이렌이 울려 1분간 걸음을 멈추고 묵념을 했고 운행되는 자동차, 열차, 선박들도 추모 경적을 울렸다.
난징 외에 추모식은 선양(瀋陽) 9·18 만주사변 역사박물관, 상하이 쑹후 항전기념관 등 전국 20개 도시의 항전기념관에서 동시에 치러졌다.
미국, 캐나다, 독일, 호주 등을 포함해 전 세계 208개 화교 커뮤니티도 난징대학살 80주년을 함께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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