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0명 중 6명 "내 얼굴은 민감성 피부"
건국대병원, 1천명 조사결과…"미국 유럽 러시아보다 피부에 더 예민"
"자칫 유사 치료행위에 빠질 위험…피부과서 제대로 진단받아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한국인 10명 중 6명 가까이가 자신의 얼굴 피부를 '민감성'으로 평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비율이 10명 중 4명꼴인 미국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이양원 건국대병원 피부과 교수팀은 한국인의 인구통계학적 기준에 맞춘 15세 이상 1천명(남 493명, 여 507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민감성 피부 여부를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피부 연구 및 기술'(Skin Research and Technology) 최근호에 발표됐다.
논문을 보면 조사 대상자의 56.8%는 자신의 얼굴을 민감성 피부라고 평가했다. 이중 '매우 민감하다'는 14.2%, '민감하다'는 42.6%였다.
반면 자신의 피부가 민감성인지 아닌지를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전체의 1%(남 1.6%, 여 0.4%)에 그쳤다. 이는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민감성 피부 여부가 매우 중요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한국인이 자기 스스로 민감성으로 평가하는 비율은 비교 대상 12개국에 견줘 가장 높았다. 각국의 민감성 피부 유병률은 미국 44.6%, 유럽 38.4%, 러시아 39.7%, 브라질 34.2% 등으로 한국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54.5%로 높은 편에 속했지만 한국보다는 낮았다.
자신을 민감성 피부로 평가한 사람들은 다른 피부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72.3%로 그렇지 않다는 사람(38%)의 1.9배에 달했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 여드름, 지루 피부염, 안면홍조의 경우는 그 확률이 2∼4배로 더 높았다.
이와 함께 민감성 피부 그룹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온도변화, 수질, 바람이 많은 기후, 건조한 공기, 오염, 에어컨, 화장품, 식품 등에도 2∼3배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피부 유형별로는 건성 피부의 64.3%, 지성 피부의 64.0%, 복합성 피부의 54.7%, 정상(중성) 피부의 37.8%가 각각 민감성 피부라고 답했다.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은 그만큼 피부과를 더 찾았다. 과거 1년 이내에 피부과를 찾아 상담한 경우는 민감성 피부 그룹이 33.5%로 민감하지 않은 그룹의 8.1%보다 크게 높았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한국인이 스스로 민감성 피부로 생각하는 비율이 높은 것은 생활 수준의 향상, 외모 가꾸기 문화 확산 등으로 피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심우영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신의 피부에 대해 과도하게 예민함을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라며 "하지만 이 같은 자의적 판단이 자칫 고가의 화장품 구매나 유사 치료행위 등으로 잘못 이어질 위험이 있는 만큼 피부과에서 제대로 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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