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한국불교문화체험관 두고 종교계 갈등
개신교계 "편법·특혜 얼룩져" vs 불교계 "허위사실 유포"
번갈아 가며 기자회견…시청·시의회·행복청에도 '불똥'
(세종=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내 한국불교문화체험관 건립 공사를 두고 지역 종교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개신교계는 "여론 수렴 없이 세금을 들이는 특혜"라고 주장하는 반면 불교계에선 "억지에 근거한 허위사실"이라며 맞서고 있다.
11일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등에 따르면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은 세종시 전월산 자락 특화종교용지(S-1 생활권) 1만6천㎡ 터에 건물면적 5천850㎡ 규모로 건설 중이다.
지하 3층에 지상 2층 규모다. 상설 전시 4실, 기획전시 1실, 특별 공연장(최대 500석), 참선 체험 2실, 주차장 등이 들어선다.
대한불교조계종에서 해당 종교용지를 공급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완공 예정이다.
총 180억원의 사업비 중 국비(54억원)와 시비(54억원) 108억원이 투입된다. 조계종에서는 72억원을 부담한다.
조계종은 애초 세종시 출범 전 옛 충남 연기군 양화리 577-1(2천100여㎡)에 사찰(석불사)을 두고 있었다.
석불사는 세종시 건설계획에 따라 강제 수용되면서 없어졌다. 석불사 측은 원주민 종교용지 협의양도에 관한 권리를 조계종에 넘겼다.
조계종은 협의를 거쳐 해당 용지를 행복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양도했고, 대신 현재의 S-1 종교용지를 2014년께 매입했다.
개신교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행복청 등이 애초 계획보다 용지 면적을 늘린 데다 특화 건축물을 세울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해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종시기독교연합회 등은 이날 세종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행복청 등 관계부처가 최초 종교부지보다 최대 64배 늘려주고 특화종교부지로 편법 허가했다"며 "세종시는 이에 편승해 혈세 54억원을 지원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불교문화체험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도 앞서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불교문화체험관 반대 시민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세종시의회에 "한국불교문화체험관 내년도 세종시 예산을 깎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실제 국비 20억원과 매칭한 내년도 시비 20억원을 삭감했다.
이 예산안은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결과에 따라 되살아날 수도 있다.
그러자 이번에는 불교계가 움직였다.
세종시불교사암연합회와 불교신행단체연합회는 지난 7일 세종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허위사실을 유포해 시민과 신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일부 시의원은 적법한 절차를 거친 사업에 대해 종교적 잣대를 들이댔다"고 비판했다.
행복청도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개신교(3-3 생활권), 천주교(4-1 생활권), 불교 조계종(S-1 생활권), 불교 천태종(6-4 생활권)에 각각 대형종교용지를 공급했다"며 "(S-1 생활권의 경우) 특화종교용지로 경관적인 측면과 공공성을 가미된 시설 도입을 위해 오히려 규제가 추가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행복청은 그러면서 "면적 확대는 조계종에 공급하기 이전에 결정된 것으로, 이후 특화종교용지로 지정되면서 1만6천㎡로 면적이 더 커져 계약을 변경했다"며 "특정 종교에 특혜를 줬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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