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금융회사 CEO '셀프 연임' 논란, 이번엔 불식될까
(서울=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주요 금융회사들의 허술한 경영승계 시스템에 대한 대수술을 예고했다. 금융위원회는 10일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의 연임이나 신규 선임 등 경영권 승계의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11일 '금융그룹 감독 혁신단'을 설치하고 향후 3년간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금융위 국장급 간부가 단장을 맡는 혁신단은 금융그룹 통합감독 정책을 관장하는 '감독제도팀'과 지배구조 투명성 및 제도 개선을 맡는 '지배구조팀' 등 2개 팀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금융감독원 역시 금융지주사들의 경영실태 관련 검사를 최근 완료하고 결과를 해당 회사들에 통보한 상태로, 오는 13일에는 언론에도 자세한 설명을 한다는 계획이다.
금융회사들의 경영승계 문제가 최근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지난달 2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작심 발언에서 발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금융지주사에는 CEO(최고경영자) 선임에 영향을 미칠 특정 대주주가 없어 현 CEO가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로 이사회를 구성,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한다는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CEO가 유력한 승계 경쟁 후보를 인사 조처해 대안이 없게 만들고 혼자 연임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 게 사실이라면 중대한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라고도 했다. 그간 수 차례 논란이 됐던 금융회사 CEO의 '셀프 연임' 시도를 강력히 질타한 것이다. 금융지주사나 은행의 CEO의 임기는 통상 3년으로, 임기 만료 직전 차기 CEO를 뽑는데 이 과정에서 '현역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작용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자들의 인식인 듯하다. 최 위원장은 특히 하나금융지주 사장 출신이어서 금융회사의 이런 CEO 선정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사로 꼽힌다. 금융권에서는 그의 발언이 특정 금융지주 회사 CEO를 겨냥한 말이란 분석도 나왔지만 당국은 '사람이 아닌 제도의 문제'를 얘기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금융회사의 CEO 선임을 놓고 논란이 불거진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2008년 출범하면서 CEO가 은행장에서 지주회사 회장으로 바뀌었는데, 두 직책의 권한과 역할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승계 갈등을 겪었다. 신한금융지주는 2010년 지주회사 회장직 승계를 둘러싼 갈등이 고소·고발로 이어지면서 회장, 사장, 은행장이 모두 퇴진하기도 했다. 이후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과 시행령을 마련하고, 지주회사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통해 CEO 승계 원칙을 명확히 했지만 실제 운영은 아직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KB금융지주의 경우 윤종규 회장이 지난달 20일 연임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회사가 노조의 온라인 설문조사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노조가 윤 회장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해 KB금융 본사가 두 차례나 압수수색을 당했다.
선진국 금융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 주요 임원들의 임용에 대한 적합성 검사에서 직접 면담을 강화하고, 금융회사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기준을 얼마나 수용하는지를 점검해 미흡하면 이행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이번에 출범하는 혁신단은 내년 초 통합감독 모범규준 초안을 공개한 뒤 업계 의견을 수렴해 대상 금융그룹을 확정하고, 하반기 중 통합감독체계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는 한다. 관련 기구 설치가 뒤늦은 느낌이 있는 만큼 금융회사의 경영승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당국의 노력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기 바란다. 특히 이사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 후보 추천 과정 등을 세밀하게 정비해 CEO '셀프 연임' 논란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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