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에르도안 '美 예루살렘 선언' 대응 주도 잰걸음
주요 지도자와 전화·회담 외교 분주…트럼프 발표 전부터 경고·비판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 조심스런 대응과 대조적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맞서는 국제사회 연대를 조직하는 데 터키 대통령의 발빠른 행보가 도드라진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후 주요 국가 정상과 전화 통화를 하고 회담 일정을 조율하는 등 중동 지도자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예루살렘 지위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대응방안은 논의했다.
두 사람은 11일 터키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9일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예루살렘을 둘러싼 갈등을 푸는 데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아나돌루통신이 터키 대통령실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7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통화를 하고, 예루살렘의 지위에 변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았다.
6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에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도 전화 회담을 했다.
13일에는 이스탄불에서 이슬람협력기구(OIC) 긴급 정상회의가 열린다.
당사자인 팔레스타인을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어조로 공개적으로 경고와 비판 목소리를 높인 지도자도 에르도안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전에는 ""미국이 거기까지 간다면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끊을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이후에는 "중동에 새로운 분쟁을 부를 것"이라거나 "중동을 불의 고리에 던져넣었다"고 미국을 성토했다.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 관계를 의식하며 직접적인 비난 표현을 피한 것과 대조적이다.
터키는 작년 쿠데타 이후 미국과 여러 가지 사안으로 갈등을 빚었고 최근에는 미국의 시리아 정책과 이란 제재법 위반 재판으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이번 예루살렘 지위 결정으로 중동에 반미 정서가 고조돼 에르도안 대통령의 입지를 강화하고, 미국에 각을 세우기에 한층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9일 앙카라에서 열린 경제인 행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결정하면 그걸로 괜찮다'는 식으로 밀어붙이기를 원한다"고 꼬집고, "강대국 지도자에게는 분쟁이 아니라 평화를 조성하는 임무가 주어졌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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