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주 35시간', 근로시간 단축 '신호탄' 될까
재계 "생산직 연장근로 제한과 무관…큰 의미 없다"
삼성전자·현대차, 연장근로 축소 권장하며 '대비중'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신호경 강종훈 기자 = 신세계그룹이 8일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최근 핫이슈로 부상한 '근로시간 단축'이 대기업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신세계의 근무시간 조정은 가장 첨예한 쟁점인 '생산직 연장근로 가능 여부'와 무관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경우 영업시간 단축이나 추가 고용 등으로 근로시간 조정에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지만, 근로시간을 줄이면 당장 생산과 비용에 타격을 입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도 있다.
◇ "24시간 공장 돌리는 데…주 52시간 축소도 부담"
신세계그룹은 내년 1월부터 법정 근로시간(40시간)보다 5시간 적은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 임직원은 하루 7시간만 근무하고, 출퇴근 시간을 오전 9시~오후 5시, 오전 8시~오후 4시, 오전 10시~오후 6시 등 업무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다.
'주 35시간 근무제'는 대기업으로서는 최초이고, 이에 따른 임금 축소도 없다는 점을 신세계그룹은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신세계의 근무시간 조정은 최근 노사, 정치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 이슈와 맥락이 직접적으로 닿아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핵심은 1주일 '최장 근로 가능 시간'을 현재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다.
노사가 합의한 경우, 법정 근로시간(주 40시간) 이외 근로기준법 제50조에 따라 1주에 12시간 연장근로(근로기준법 제53조) 및 휴일근로(제56조)가 가능하다.
'1주 12시간'이라는 연장근로 상한 기준에서 1주일을 7일로 보느냐, 주말을 뺀 5일로 보느냐에 따라 1주 최장 근로 가능 시간은 62시간, 52시간으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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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국회에서 합의가 어렵다면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을 고쳐서라도 62시간이 아닌 52시간으로 줄여 못을 박자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2013년 기준 2천57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천706시간)보다 350시간이나 많다는 사실 등을 고려해 근로자들에게 '저녁 있는 삶'을 주자는 취지다.
따라서 결국 근로시간 단축 논란의 핵심 쟁점은 ▲ 휴일근로수당의 중복 가산(통상임금의 100%) 여부 ▲ 추가 연장근로 허용(1주당 8시간) 여부 ▲ 근로시간 특례업종(주 52시간 예외 업종) 선정 등으로 좁혀진다. 여야, 경영·노동계 간 입장 차이가 큰 대목도 이 부분들이다.
하지만 신세계의 조정안의 경우 단순히 근무시간 조정이 핵심일 뿐, 연장근로 허용 여부나 휴일근로수당 중복가산 여부 등에 대한 언급이 없다.
대체로 '근로자의 여가 보장'이라는 사회적 흐름에 동참한다는 의미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제조업체의 경우 24시간 공장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35시간 근무는 상상할 수도 없고 52시간 최장근로 시간 단축도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따라서 삼성, SK, LG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계획은 전혀 없다"고 잘라말했다.
신세계그룹조차 "신세계푸드 등 생산직 직원들의 경우 내년 1월부터 주 35시간 근무제가 곧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신세계의 근무제 전환은 연장 근로시간과 관련이 없는 사안인만큼 '직원 여가 확대' 정도의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주 52시간 예행연습…기아차, 잔업·특근 축소
하지만 다른 기업들도 갑작스런 '주 52시간' 체제 도입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이미 '워밍업'에 한창인 것은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각 사업부문 책임자들에게 '가능하면 주당 근무시간을 52시간 이내로 줄일 수 있도록 직원들을 독려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 개정과 함께 갑자기 주당 10시간 이상 근로시간이 줄어들 경우 예상되는 혼란에 대비한 '연습' 성격이라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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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는 지난달 21일 노조에 '잔업 전면 중단과 특근 최소화' 방침을 통보했다.
실질적으로 통상임금 소송 1심 패소에 따른 인건비(수당) 인상 부담을 덜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게 기아차 안팎의 분석이지만, 기아차는 이 방침의 공식 배경의 하나로 '장시간 근로 해소'를 거론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과 장시간 근로 해소는 세계적 추세로, 현 정부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주요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가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일·생활의 균형 발전'인 만큼, 잔업과 특근 등 추가 근로를 줄여 정책에 호응하겠다는 설명이다.
기아차는 2013년에 기존 '10+10시간 주야 2교대'의 심야 근로를 크게 줄여 '8+9시간 주간 연속 2교대제'로 근무형태를 바꾼 뒤, 2017년부터 30분 잔업을 포함한 '8+8시간 근무제'를 운영해 왔다. 이번 지침으로 없어지는 잔업시간은 1조 10분, 2조 20분 등 모두 30분이다.
대기업 뿐 아니라 중견기업들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용 촉매 등을 생산하는 경기 시흥 소재 A업체의 경우, 당초 평일 12시간 맞교대, 토요일 8시간 맞교대 등 '2조 2교대제'를 운영했다. 휴일근로를 포함한 주당 근로시간이 대부분의 부서에서 52시간을 넘었기 때문에 법 개정에 대비해 지난 2015년 상반기에 일찌감치 근무체제를 '3조3교대제'로 바꿨다.
그 결과 주당 근로시간은 기존 60시간에서 46시간으로 크게 줄었고, 45명의 인력을 새로 채용해 '일자리 창출' 효과도 어느 정도 달성했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임금 보전과 신규 채용 등에 따른 업체의 비용 부담은 불가피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관계자는 "대기업은 어느 정도 재무적 여력이 있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 충격을 추가 인력 고용 등으로 줄일 수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돈도 없는데 근로시간까지 줄이라고 하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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