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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사법부, 수평적 조직문화로 패러다임 이동"

첫 법원장 회의서 '수직적 조직·법원행정처 권한 집중' 대대적 개혁 예고
사무분담에 일선 판사 의견 수렴 당부…"공정한 재판을 위한 고민 함께 해 달라"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58·사법연수원 15기)이 법관들의 수직적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고 법원행정처의 기능을 대폭 조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대법원장은 8일 오전 10시 대법원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회의에서 "향후 사법행정권의 남용이 없도록 철저히 일선 재판을 중심으로 사법행정이 이뤄지는 대원칙이 수립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재판중심의 사법행정 구현과 수평적 조직문화로의 패러다임 이동에 관하여도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단독 및 배석판사-지방법원 부장판사-고등부장-법원장으로 올라가는 법관들의 수직적 서열 구조를 바꾸고, 인사 및 정책집행권 등 각종 권한이 과도하게 몰려 있다는 지적을 받아 온 법원행정처의 기능을 축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전환하겠다는 김 대법원장의 의지는 최근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 계획을 밝히면서 구체화했다. 고법부장 승진이 법관 수직 서열의 핵심 고리로 여겨진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고법부장 승진제 폐지를 전제로 추진되는 '법관인사 이원화' 방안에 대해 법원장들의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법관인사제도의 개혁에 관해 법원 안팎으로 많은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며 "변화된 사법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인사제도를 확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의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예고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는 일선 법관들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제공하고, 유사한 고민을 하는 법관들을 서로 연결해주어 바람직한 결과로 선순환이 이어지도록 돕는 것이 본연의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의 주체는 분명 각 재판부의 법관들이고, 사법행정이 재판을 이끌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행정처는 인사와 사법정책 집행 등 강력한 권한을 발휘하면서 일선 법관들의 재판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김 대법원장은 이 같은 법원행정처의 권한을 축소하고 일선 법원의 재판을 원활하게 지원하는 업무로 기능을 조정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선 판사들의 최대 관심사인 사무분담에 대해서도 판사들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해달라고 법원장들에게 제안했다.
김 대법원장은 "일선 법원에서도 사무분담 등 중요한 사항에 관한 결정을 할 때는 법원 구성원들과 투명한 절차를 통하여 다양한 의견을 나눴으면 한다"며 "좋은 아이디어와 실천력을 일선에서 보여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를 전제로 한 법관인사 이원화에 대한 법원장들의 협조도 구했다.

국민신뢰 회복을 위해서 공정한 재판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달라는 당부도 나왔다.
김 대법원장은 "국민이 바라는 공정한 재판은 투명성 확대와 원숙한 법정 소통 능력에 기초할 때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다"며 "공개된 토론을 거친 숙고에 따라 판결이 선고될 때,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사라지고, 재판 결과에 승복하는 성숙한 법조 문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한 재판의 마무리는 결론에 대한 법관의 깊은 고뇌에 있다"며 "법관은 사건의 쟁점과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는 김 대법원장이 취임한 뒤 두 달 반 만에 전국 법원장들과 처음 대면하는 자리다.
법원장들은 법원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방향에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장들이 이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안을 건의한다면 답보상태에 빠진 조사활동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 법관인사 이원화 등 사법제도 개혁과제와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의 상설화 문제, 법원행정처 기능·권한 분산, 법관사무분담 개선, 법관평정 시스템 개선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또 7일 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 지명으로 공석이 된 사법연수원장 후임 인선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hy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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