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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분쟁 씨앗 뿌린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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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분쟁 씨앗 뿌린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 우려스럽다

(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공식 선언을 했다. 6일 백악관 회견을 통해서다. 또한,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라고 지시했다. 극도로 민감한 예루살렘의 지위 문제에서 이스라엘의 손을 노골적으로 들어줌으로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오랜 분쟁의 뇌관을 다시 건드린 것이다.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터라 트럼프 대통령이 언젠가는 이런 조처를 하지 않겠느냐고 보았으나, 서둘러 이런 편향적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유대교와 기독교는 물론, 이슬람교에도 성지인 예루살렘을 두고, 이스라엘은 '분리할 수 없는 항구적 수도'로 여기지만,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장차 출범할 독립국가의 수도로 삼으려고 해왔다. 종교와 민족주의, 안보가 난마처럼 뒤엉킨 중동의 화약고에 주위의 만류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불을 댕긴 셈이다. 이-팔 평화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해온 미국이 한쪽 편에 서면서 공정성을 의심받게 됐다. 세계의 리더로서 미국의 위상에 흠집이 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분쟁 해결을 위해 1993년과 1995년 두 차례에 걸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맺은 오슬로협정(Oslo Accords)의 사실상 폐기를 뜻한다. 미국이 중재해 탄생한 이 협정을 토대로 이-팔 평화공존 구상인 '2국가 해법'이 나왔다. 이 해법은 1967년 중동전쟁 이후 정해진 경계선을 기준으로 양측이 국가를 각각 건설해 영구히 분쟁을 없애자는 내용이다. 또한 이번 결정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70년 가까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영토로 인정하지 않은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이탈한 것일뿐더러, 오슬로협정에 따라 예루살렘의 최종적 지위를 평화협상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던 이-팔 양측 간 합의도 백지화한 처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이스라엘은 다른 주권국가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수도를 결정할 권리를 가진 주권국가이며, 이를 인정하는 것이 평화를 얻는 데도 필요한 조건"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을 빼곤 대부분의 나라가 중동지역에서 폭력·유혈사태의 재연을 우려했으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지옥의 문을 연 결정"이라고 경고했다.

힘을 앞세워 국제사회의 약속과 공론을 무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미국 우선주의'와 '힘을 통한 평화'를 천명한 그는 지난해 1월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부터 전임 정부가 체결한 주요 국제협약과 양자 협정 등을 번복하거나 파기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이란 핵 합의 부정,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또는 재협상 추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동맹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 등을 포함해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다. 엄청난 외교적 역풍을 감수하면서까지 잇따라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은 자신을 뽑아준 핵심 지지층의 요구에 부응하는 한편, 러시아 스캔들 등 정치적 난국에서 벗어나고자 외부로 국민의 눈을 돌리게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 의도야 어떻든, 세계의 리더로서 미국이 국제사회의 주요 분쟁을 중재하고 수습하기는커녕, 오히려 분쟁의 씨앗을 뿌리고 나아가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 의회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이-팔 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우리 정부도 '강 건너 불'로만 여길 수는 없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필요할 경우 우리나라의 공식 스탠스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과 같이 동맹국인 미국이 관여된 사안의 경우엔 위치 선정이 쉽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일례로 미국이 한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희망할 때 어떻게 대응할지는 고민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정부는 신중하면서도 대다수 나라와 보조를 맞춘 논평을 내놓았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7일 "그간 우리 정부는 협상을 통한 2국가 해법을 지지해 왔다. 예루살렘의 최종 지위는 중동 평화과정을 통해 원만한 타결책이 모색돼야 할 쟁점사항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섭섭할지 모르나 일단은 무리 없는 입장 표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선언은 앞으로 중동지역 분쟁을 격화할 개연성이 작지 않고, 그 결과 북핵 문제 등 한반도 현안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사안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짚어보고 면밀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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