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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人] 운명 같은 인연…'조직위 터줏대감' 싱가포르 제리 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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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人] 운명 같은 인연…'조직위 터줏대감' 싱가포르 제리 링
WTF, 대구육상 조직위 거쳐 평창 조직위에서 6년간 근무
"평창 칼바람에 깜짝 놀랐지만 '슬로 라이프' 좋아요"


(평창=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제가 여기에서 '넘버 2'래요."
강원도 평창 대관령에 위치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만난 제리 링(41) 경기서비스부장은 유창한 한국말과 함께 손가락 2개를 내보이며 흐뭇하게 웃었다.
조직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라, 조직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직원이라는 뜻이다.
싱가포르 국적의 링은 평창올림픽 조직위가 2011년 10월 출범하고 나서 12월에 바로 합류해 지금까지 6년 넘게 함께 하고 있다.
현재 조직위 직원 가운데는 김미란 국제팀장 다음으로 근속 기간이 길다.
링이 처음 왔을 때 50명에 불과하던 조직위가 정부와 기업 파견자들이 늘어나며 1천 명이 훌쩍 넘는 대조직으로 변하고 정부와 기업 곳곳에서 온 파견자들이 들고나는 동안 링은 한결같이 조직위를 지켜왔다.
싱가포르에서 나고 자란 링이 연고도 없는 한국에 와서 정착하고 한국의 첫 동계올림픽을 함께 준비하게 되리라는 것은 그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가 처음 한국에 온 것은 27살 때인 2004년이었다.
한 달 예정으로 배낭여행을 왔던 링은 우연히 영자신문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F) 구인 광고를 보게 됐다.
광고 본 다음 날 바로 면접을 보고 싱가포르행 귀국 비행기 표를 취소했다.
"운명 같아요. 싱가포르에서 병원 컨설팅 일을 하다가 일을 그만두고 쉬던 때였어요. 생각도 안 했는데 광고를 보고 갑자기 전화하게 됐죠. 외아들이 한국에서 취직한다고 하니 부모님도 깜짝 놀라셨어요."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그는 그 무렵 출범한 세계태권도연맹 개혁위원회에 합류했고, 3개월로 예정됐던 근무 기간은 계속 늘어나 2009년 2월까지 함께 하게 됐다.
한국과의 인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링을 눈여겨 본 문동후 전 세계태권도연맹 사무총장은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 부위원장을 맡으며 링을 영입했다.
대구 육상대회를 마친 후 링은 한때 평창 조직위 사무총장을 지낸 문 전 총장을 따라 평창 조직위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현재 링이 조직위에서 하는 일은 단순히 그의 언어능력과 국제감각을 활용하는 일만이 아니다. 10년 넘게 스포츠 행정업무에 종사한 경험을 살려 경기 일정과 기술 관련 업무 등을 다루는 경기서비스부장을 맡고 있다.
서울서 일하다가 2015년 11월부터는 평창으로 내려왔다. 겨울이 없는 싱가포르에 자란 그는 평창의 매서운 칼바람에 깜짝 놀랐지만 지금은 평창 생활을 즐기고 있다.
2007년 결혼한 한국인 아내와 6살 아들, 4살 딸과 함께 복잡한 싱가포르나 서울과는 다른 '슬로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6년 넘게 준비한 평창동계올림픽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링은 더욱 바빠졌다.
"제가 한국 사람들과 10여 년간 일하면서 보면 한국 사람들이 목표를 세워서 '빨리 빨리' 하는 한국만의 스타일로 대회 준비를 잘해요. 기대가 큽니다."
특히 평창올림픽엔 싱가포르 선수단이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쇼트트랙에서 출전권을 따내 링에게는 두 배로 의미가 크다.
"출전권을 얻어서 싱가포르에서도 정말 깜짝 놀랐어요. 지난해 동남아시아(SEA)게임에 처음으로 동계종목이 포함되는 등 동남아에서도 동계종목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얼큰한 감자탕과 김치찌개 등 한국 음식과 뚜렷한 사계절을 좋아한다는 링은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스포츠 관련 비정부기구(NGO)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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