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별빛부터 연분홍 갈대밭까지…종이로 구현한 별세계
대림미술관 '페이퍼, 프레젠트'展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너에게 그때의 색은 만개한 분홍일까, 가로변으로 밀려난 낙화의 갈색빛일까. 오늘도 내 기억의 시야는 속절없는 분홍으로 피었다."
감성적 디자인을 선보이는 '마음 스튜디오'가 제작한 설치 작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활동하는 작가 오밤 이정현의 글을 떠올리게 한다.
작고 하얀 구슬이 깔린 넓은 공간에 갈대를 닮은 길쭉한 종이가 빽빽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종이의 색상은 아래쪽은 노란색, 위쪽은 연한 분홍색이다. 손으로 만지면 종이가 좌우로 흔들리면서 연분홍빛 물결이 일렁인다.
서울 종로구 대림미술관이 '종이 나라'로 변신한다. 전시 공간을 7개로 나눠 10개 팀의 종이 작품을 선보이는 특별전 '페이퍼, 프레젠트(Paper, Present) : 너를 위한 선물'을 7일 개막한다.
미술관에서 6일 만난 김지은 큐레이터는 "종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로 만든 화려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라며 "전시장을 둘러보면 선물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에 나온 종이 작품은 세밀하고 경이롭다. 2층은 새하얀 종이와 빛을 이용한 작품들로 꾸며졌다.
첫 번째 공간인 '고요한 새벽의 별빛'에는 영국 작가 리처드 스위니가 접어서 만든 기하학적 조각 작품이 걸려 있고, '섬세한 손길이 만든 햇살'에서는 타히티 퍼슨이 종이를 정교하게 잘라낸 작품을 볼 수 있다.
아틀리에 오이가 일본의 전통 종이로 제작한 설치 작품은 '멈춰진 시간을 깨우는 바람'이라는 주제 아래 전시됐다. 어른 손바닥 크기의 수많은 종잇조각에 빛을 투영해 천장과 바닥에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3층으로 올라가면 알록달록한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프랑스 낭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듀오 짐앤주는 종이를 오리고 붙여 새와 나무, 물고기, 기계를 표현했고, 완다 바르셀로나는 흐드러지게 핀 등나무 꽃에서 영감을 받아 종이로 4천여 개의 꽃송이를 만들어 천장에 매달았다.
마음 스튜디오의 설치 작품은 4층을 채웠다. 의자만 있다면 한동안 앉아 머물고 싶을 만큼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됐다.
전시장 2층 벽면에는 작가들이 생각하는 종이에 대한 정의가 기록돼 있다. 아틀리에 오이는 '자유의 공간'(a space of freedom), 토드 분체는 '새로운 생각이 시작되는 곳'(a place where new ideas start)이라고 적었다.
김 큐레이터는 "연말과 크리스마스, 연휴에 보면 좋은 전시"라고 조언했다. 내년 3월 4일까지 서울 용산구 디뮤지엄에서 이어지는 '플라스틱 판타스틱' 전시와 비교하며 보면 좋을 듯싶다. 전시는 내년 5월 27일까지. 문의 ☎ 02-720-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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