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 1년] '주군' 몰락으로 날개 꺾인 친박 실세들
줄줄이 검찰 소환에 출당 압박…12일 원내대표 경선 주목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지 1년이 흐른 지금,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실세'(實勢)로 불리던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날개가 꺾여 '실세'(失勢)의 길을 걷는 중이다.
친박계 의원 상당수가 이런저런 이유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데다 일부 의원은 당에서 출당 징계를 받기도 했다.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단행된 인적 쇄신은 사실상 '친박 청산'이라는 말과 다르게 쓰이지 않았다.
친박 실세의 달라진 처지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최경환 의원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9일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가 열렸을 당시 국회 재적 의원 300명 중 유일한 불참자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고 당내에서는 4선 중진으로서 친박계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그다.
그러나 현재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를 지낼 당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중이다.
최 의원은 앞서 지난달 3일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서청원 의원과 함께 탈당 권유 징계를 받기도 했다. 홍준표 대표로부터는 '박근혜 정권 몰락의 장본인'이라는 공개 비판까지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최 의원과 함께 징계를 받은 서 의원 역시 친박계의 '맏형'으로 불려왔다.
8선의 현역의원으로, 당내에선 물론 20대 국회 여야를 통틀어 최다선이다. 이 같은 정치적 경륜을 인정받아 20대 국회 초반에는 국회의장감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한국당은 아직 이 두 사람을 실제로 출당하기 위한 의원총회 표결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당헌·당규상 현역의원을 출당시키려면 의총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도부 내에선 굳이 출당을 위한 의총을 열지 않아도 두 사람이 정치적으로 재개하기는 힘들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서 의원의 측근으로 불려왔던 이우현 의원은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여 검찰이 관련 수사에 나선 상태다.
2016년 박근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김재원 의원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의 불법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4·13 총선 당시 원내대표를 지냈던 범 친박 성향의 원유철 의원도 수억 원대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지역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을 당한 상태다.
'박근혜의 입'으로 불렸던 무소속 이정현 의원은 당 대표까지 지냈음에도 친박 청산 바람 속에서 올해 초 당을 떠나야 했다. 그는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시절 세월호 관련 보도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나머지 친박 의원 역시 당내에서의 입지가 확연히 좁아졌다.
당의 주요 국면마다 마땅한 구심점이 없어 속 끓는 기류를 집단행동으로 옮기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친박계를 향해 '양박'(양아치 친박)이라고 비난했던 홍 대표에게 당권을 내줬고, 또 홍 대표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바른정당 복당파 출신들을 대거 재입당시킬 때도 이렇다 할 집단 행동을 하지는 못했다.
다만 친박 일각에서도 정치적 재개를 시도하는 움직임은 꾸준히 나타난다.
당장 오는 12일에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에 친박계로 분류되는 홍문종·유기준 의원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종종 페이스북에서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를 두고 여의도 정가에선 황 전 총리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정치에 시동을 걸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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