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때 문재인 지지선언한 부산 지역 정치인 행보는
정경진·이영 활동폭 넓혀…상당수는 민주당 높은 벽에 고전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지난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며 입당하거나 공동으로 지지 선언을 한 부산지역 보수 성향의 인사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보를 넓히고 있다.
6일 민주당 부산시당과 부산정가에 따르면 지난 5·9 대선을 앞두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부산지역 정치권 인사는 20여 명에 이른다.
대표적인 인사는 정경진 전 부산시행정부시장을 비롯해 노기태 강서구청장 등 전·현직 기초단체장 3명, 전직 부산시의회 의원 12명 등이다. 이들은 대부분 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보수 성향의 당을 지지하는 인사들이다.
이 가운데 현재 정경진 전 행정부시장의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대선 당시 영입 케이스로 민주당에 합류한 그는 지난 10월 말 그의 지지모임 '포럼 부산삐'를 출범하고 내년 부산시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본격 행보에 나섰다.
포럼 부산삐에는 전직 부산시 고위공무원, 대학교수, 기업인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회원만 600명이 넘는 매머드급이다.
내년 부산시장 선거구도에서 '행정 전문가' 시장에 대한 여론이 일 경우 정 전 부시장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그의 모교인 부산상고 동문이 지난 대선 당시 결성한 '백양포럼'에서도 활동 폭을 넓히고 있고, 무엇보다 친노(친 노무현), 친문(친 문재인) 쪽에서도 거부감이 없는 인사란 장점을 갖고 있다.
시장출마가 여의치 않으면 부산진구청장 등 기초단체장급 선거 어느 곳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2명의 전직 시의원 가운데 이영 전 부산시의장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산지역회의 부의장을 맡아 여권의 외곽 지지세력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현직 구청장으로는 유일하게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민주당에 입당한 노기태 강서구청장은 '낙동강벨트 구축'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낙동강 벨트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낙동강을 사이에 둔 강서구, 북구, 사상구, 사하구 등 4개 기초단체장을 민주당이 가져가겠다는 구상이다.
전윤애 전 시의원은 전국 단위의 복지 관련 공공기관장으로 발탁될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10여 명의 인사들은 기존 민주당의 높은 벽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출마 후보들과 경쟁을 해야하는 이들이 기존 민주 당원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견제로 인해 따돌림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청장 후보급 한 인사는 "삼고초려를 해서 갔는데 지금은 찬밥 신세"라며 "지금은 민주당 지지세가 좋아 내년 지방선거를 장담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렇지 않은 것이 민심"이라고 씁쓸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 다른 인사는 "민주당이 부산에서 어느 정도 확고한 지방 권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47명 정원의 시의원 3분의 1 정도는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문호개방으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시당 지방선거기획단장을 맡은 김해영 의원은 "이들을 특별히 차별한다거나 배척하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다만 아직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해진 것이 없어 배려를 못 한 것"이라며 "이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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