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워홀러 도우미 이소훈 대표 "호주생활? 장밋빛도 잿빛도 아냐"
한인청년 커뮤니티 '코와이' 대표…"권리 제대로 알아야 누려" 강조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에 대한 한국 청년들 생각은 장밋빛과 잿빛으로 갈려 있습니다. 그러나 호주 진짜의 모습은 그 중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호주의 한인청년 커뮤니티로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워홀러)와 유학생들의 권익활동을 펴는 '코와이'(KOWHY·Korean Working Holiday Youth)의 이소훈 대표는 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호주생활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자연환경과 기회, 최저임금 등에서 장밋빛으로, 비싼 생활비나 일자리, 인종차별 등 실생활 측면에서는 잿빛으로 보는 면이 있다"며 "호주의 진짜 모습은 그 중간으로, 문제를 잘 알고 대처해야 호주생활도 더 알찰 수 있다"고 말했다.
시드니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2012년 호주로 온 이 대표는 최근 한국 내 베트남과 중국 출신 이주 여성을 주제로 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드니 첫 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싼 방을 구하러 다니다가 말로만 듣던 '닭장 셰어' 현장을 목격했고, 작은 방 하나에 여성 4명이 쓰고, 집 관리자인 젊은 남성은 거실 한쪽에 칸막이를 치고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는 기겁했다.
이 대표는 "잘 아는 친구로부터 워홀러로 왔다가 농장에서 좋지 않은 경험을 한 것을 들었던 데다 실제 환경을 목격하면서 문제의식을 느끼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런 경험에다 워홀러와 교포 등 다른 2명과 의기투합으로 2014년 코와이 활동을 시작했다. 허한얼 부대표 등 운영위원 5명과 함께 '호주생활 오리엔테이션', 미니토크쇼 '어쩌다 호주' 등의 행사를 열었으며, 페이스북 페이지도 운영 중이다.
자금이나 협력 단체도 없고 목소리조차 내기 어려웠던 초창기와 비교하면 지금은 NGO(비정부기구)로 등록해 종교나 노조 등 다른 단체와 협력하는 등 사정이 다소 나아졌지만 어려움은 여전하다.
이 대표는 "일하다 다쳐 다리를 절뚝거리던 한국 청년이 고용주로부터 병원비는 물론 임금도 못 받던 것을 보험회사와 연락해 의료비와 함께 일을 못 한 데 따른 보상을 받아낸 일이 기억난다"고 소개했다.
당시 청년은 상처가 덧나면서 한국으로 돌아갔고, 이후 자기와 같은 처지에 놓일 때 대처 요령을 기록, 정보교류에 나서는 것을 보고 그는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유명 유통업체 창고에서 일하던 한 청년의 경우 소속 회사가 재하청 회사로 체불 탓에 법정까지 갔지만, 원청 유통업체가 "일한 적이 없고, 존재하지 않는 직원"으로 치부하며 책임을 피할 땐 무력감을 느꼈다.
이 대표는 한인사회에서 해소되지 않는 최저임금 미지급에 대해서는 "업주들이 그래도 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비즈니스를 오래 해 호주 제도에 익숙한 업주가 착취를 더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한국 젊은이들이 호주 법이나 사정에 어두워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특별한 대책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일부는 젊은이들이 단기간만 호주에 머물게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악용하고 협박까지도 한다.
이 대표는 "호주 사업 환경이 경쟁이 치열하고 하도급 규제도 미약해 착취 구조는 한인사회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출신 업주들 사이에서도 나타난다"며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알아야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영어가 필요 없는 자리를 쓰면서 영어를 이유로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며 "업주들이 계속 음지에 머물며 착취하다가 강한 제재를 받기보다는 그들 간에 서로 연대해 정책적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와이는 한국 국회의원실 제보를 통해 올해 국정감사에서 청년 해외취업 지원사업(K-MOVE)의 부실을 폭로했다. 세금이 지원되지만, 사용처는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현재 구조는 정부 자금을 놓고 교육부와 대학, 대학과 호주 내 중간 브로커 간 관계로 연결되고 정작 학생들은 뒷전에 밀리기 일쑤"라며 "일부 학생은 착취당해도 학점이나 졸업 문제 때문에 귀국도 못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워홀러 신분으로 호주에 와 제대로 대우도 못 받고 잠시 일하고 귀국하는 특성화고 3학년 학생이나 대학생조차 한국에서는 취업으로 포장되는 일도 허다하다.
이 대표는 "현재 제도라면 정부가 불법적인 고용시장을 부채질하는 만큼 해외취업 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며 "해외취업 청년이 긴급상황으로 도움이 필요한 때를 대비해 쉼터를 마련하는 등 적절한 관리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코와이는 지난 4년간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역량을 쌓아왔다"며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는 데 계속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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