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장관, 對이란 제재 회피 협력대가로 거액 챙겨"
이란계 금거래상 美재판서 증언…"전 경제장관, 국영은행 가담시키고 600억원 수수"
美검찰 "뇌물 파헤친 터키 검·경이 되레 축출…수사 중단돼"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5년 전 터키 경제장관이 미국의 이란 제재 회피에 협력한 대가로 거액을 뇌물로 챙겼다는 진술이 미국 법정에서 나왔다.
미국 검찰은 당시 터키에서도 부패 스캔들의 형태로 사건의 일부가 드러났지만 터키정부에 의해 사건이 무마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29일(미국 동부 현지시간) 뉴욕남부(맨해튼) 연방지법 법정에서 열린 이란 제재법 위반사건 재판에서 이란계 터키 금거래상 레자 자라브(34)는 터키 국영은행 할크방크를 통해 자금을 세탁하고, 금거래로 위장해 이란 자금 "수십억 유로"(수 조원)를 이란으로 이전했다고 진술했다.
자라브는 메흐메트 하칸 아틸라 할크방크 부사장 등과 함께 이란 제재법 위반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최근 검찰과 유죄 인정 조건부 형량협상에 동의, 28일부터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자라브는 이날 법정에서 금 거래로 위장해 미국의 이란 제재 감시망을 따돌린 수법을 설명했다.
터키 국영은행으로부터 협조를 받는 대가로 자라브는 당시 경제장관 자페르 차을라얀에게 2012년 3월부터 약 1년간 5천700만달러(현재 기준 약 620억원)를 건넸다고 증언했다.
자라브는 "차을라얀 장관이 수익금을 50대 50으로 나눈다면 협력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은 2013년말 터키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당시 총리를 정치적 위기로 몰아간 부패 스캔들의 2라운드에 해당한다.
뇌물 수수 의혹으로 차을라얀 등 에르도안 정부의 장관 4명이 옷을 벗고 자라브도 구속됐다.
그러나 증거의 적법성 논란이 일면서 수사가 흐지부지됐고 자라브는 풀려났다.
전날 재판에서 데이비드 W. 덴튼 2세 검사는 터키정부가 검·경 수사팀을 구속하는 등 '숙청'했고 수사를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미국 검찰은 이 과정에도 자라브의 자금 수백만달러가 판사들에게 뇌물로 뿌려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터키정부는 이번 재판을 두고 "터키 고위인사를 흠집내려는 음모"라며 반발하고 있다.
올해 9월 미국 검찰이 자라브와 차을라얀 장관, 할크방크 임원진 등 9명을 기소한다고 발표하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불쾌감을 드러냈다.
터키 금융권도 이번 사건의 여파로 미국의 조사·제재 대상이 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라브의 형량협상 전망이 외신을 통해 전해진 후 터키리라화는 역대 최저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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