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은행장 내정자 과제는…내부갈등 해소·경영정상화
완전 민영화·지주사 전환도 과제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채용비리 의혹으로 갑작스럽게 행장 자리에 앉게 된 손태승우리은행장 내정자 앞에는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가득하다.
30일 금융권에서는 손 내정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과제로 어수선해진 내부 조직을 빨리 다잡고 이번 사태를 수습해 경영정상화를 이끄는 것이라 말한다.
우리은행은 2016년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서 금융감독원이나 은행 주요 고객, 전·현직 인사의 자녀나 친인척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이 지난 국감에서 제기돼 공분의 대상이 됐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광구 행장이 사퇴를 결심했으며, 자체 감사를 통해 남 모 부문장 등 3명이 직위 해제됐다.
또 우리은행 본점 등이 이달 들어서만 3차례 검찰에 압수수색 받았으며, 인사부 소속 팀장 이모 씨 등 3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내부를 안정시키고 조직을 이끄는 것이 손 내정자의 첫 번째 과제다.
수십 년째 이어지는 해묵은 계파 갈등도 해소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1998년 한일·상업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한빛은행의 후신이다. 망해가는 은행에 세금을 투입해 살려놨지만, 당시부터 상업·한일 두 은행 출신들이 주도권 다툼에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두 계파의 갈등은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 행장에 이어 또다시 상업은행 출신의 이광구 행장이 서금회(서강대 금융인 모임) 논란에도 행장에 오르고 올해 초 연임까지 하자 이번 채용비리 의혹으로 폭발했다고 금융계는 보고 있다.
채용비리 의혹이 내부자 고발 때문에 드러났는데 채용비리 리스트에 공교롭게도 상업은행 출신들의 이름만 올라가자 불만을 품은 한일은행 출신들이 벌인 일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계파 갈등이 정점에 이른 상태에서 한일은행 출신인 손 내정자가 상업은행 출신 임원들의 불만을 달래주고 갈등을 해소하는 것도 큰 과제다.
이광구 행장이 추진하다 끝내지 못한 과제들도 해결해야 한다.
이광구 행장 당시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우리은행의 숙원 사업이던 민영화는 이뤄냈지만, 여전히 우리은행의 1대 주주는 18.52%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다.
예보가 보유한 남은 정부 지분을 팔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좋은 실적을 내면서 주가를 올려야 한다.
지주사로 전환하는 작업도 추진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라는 지주사 체제였지만 민영화를 위해 몸집 줄이기를 하면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보험사, 지방은행 등의 계열사를 매각했다.
지금은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 정도만 자회사로 남아있다. 지주사를 구축하려면 보험사나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을 인수하거나 새로 만들어야 한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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