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미얀마서 첫 미사 집전 "복수유혹 떨치고 용서하라"
20만 신도 운집…로힝야족 문제 직접 거론하지는 않아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소수민족 분쟁이 끊이지 않는 불교국가 미얀마에서 용서와 연민의 마음을 가지라고 주문했다.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교황은 미얀마 방문 사흘째인 29일 최대도시 양곤의 축구경기장에서 20만 명의 신도들이 운집한 가운데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미얀마인들이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상처를 안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복수의 유혹이 있더라도 용서하고 연민의 마음을 가지라. 복수는 하느님의 길이 아니다"고 설파했다.
다만 교황은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로힝야족'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교황은 그동안 문민정부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민 아웅 흘라잉 군최고사령관 등과의 면담 과정에서도 로힝야족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미얀마는 1948년 독립 이후 최근까지 60년 이상 정부군과 반군, 반군과 반군 간에 내전 수준의 무쟁 분쟁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25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난민도 100만명 이상 발생했다.
테인 세인 전 대통령 정부는 지난 2015년 10월 반군단체와 휴전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15개 반군단체 중 8개 세력만이 협정에 서명해 전국적 휴전협정의 의의가 퇴색했고, 협정 체결 이후에도 무장충돌을 끊이지 않고 있다.
2015년 총선에서 압승해 집권한 아웅산 수치는 분쟁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그동안 2차례에 걸쳐 전국적인 평화회의 개최를 추진했지만, 그 성과는 미미하다.
오히려 지난해 10월과 지난 8월에는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오랜 핍박과 차별을 받아온 동족을 보호하겠다면서 대미얀마 항전을 선언하고 경찰초소를 습격했다.
정부군이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토벌작전을 벌이면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6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이 사건은 21세기 아시아 최대 난민 사태로 기록됐고 미얀마는 또다시 증오와 복수의 땅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교황의 이날 메시지는 로힝야족 유혈사태를 포함한 미얀마의 오랜 민족·종교 간 분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미사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20만 명에 달하는 가톨릭 신도들이 운집했다.
미얀마 내 가톨릭 신자는 약 65만9천명으로 전체 인구 5천100만 명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전체 16개 가톨릭 교구 중 15개는 정부군과 반군 간 내전이 끊이지 않는 북부 카친 주와 샨 주의 소수민족 거주지에 몰려 있다.
교황을 보기 위해 자동차로 4시간을 달려왔다는 헨리 토 진(57)씨는 AP통신에 "기쁨을 감출 수가 없다. 이번 생은 물론 다음 생에도 교황을 직접 알현하는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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