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통령에 또 부패스캔들 '암운'…재산 해외은닉 논란
야당 대표, 조세회피처 자금 공세…美, 측근 뇌물수수·이란제재 위반 수사
에르도안 "해외 재산 입증되면 즉시 사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조세 회피처 이용자 명단, 즉 '파라다이스 페이퍼스'로 불거진 터키 대통령 일가 역외 계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터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28일(현지시간) 원내 모임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친척이 수백만달러를 조세 피난처 맨섬의 페이퍼컴퍼니로 이체한 기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최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파라다이스 페이퍼스를 공개한 후 에르도안 대통령과 비날리 이을드름 총리의 역외 자산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ICIJ 프로젝트에 동참한 터키 일간 줌후리예트의 이달 초 보도에 따르면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에서 터키인 93명이 확인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위 베라트 알바이라크 에너지장관 형제와 이을드름 총리의 두 아들 등이 이 명단에 포함됐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이달 21일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재산을 공개하라고 의회에서 촉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반격에 나섰다.
그는 여당 정의개발당(AKP) 원내 모임에서 "CHP가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로 인해 '제1 반역당'으로 전락했다"고 공격했다.
이틀 전 이스탄불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내가 해외에 한푼이라도 재산이 있다면,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그것을 입증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증명된다면 나는 대통령직을 단 1분도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
에르도안 대통령은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발언으로 막대한 비금전적 손해를 입었다며 150만터키리라(약 4억원)를 보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한편 AKP 정부는 미국에서 진행되는 이란 제재법 위반 재판에서 자칫 에르도안 대통령의 측근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이 재점화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뉴욕남부(맨해튼)연방지방검찰은 올해 9월 이란계 터키 금거래상 레자 자라브와 터키 국영 은행 임원을 구속기소했다.
자라브 등은 이란에 금으로 에너지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미국 제재를 따돌렸으며, 이 과정에서 터키정부 고위인사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피고 중 자라브 측이 이달 들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재판에 협조하는 대가로 형량협상을 한 것으로 추측됐다.
이날 터키 도안뉴스통신은 자라브가 유죄를 인정했으며, 증인으로서 법정에 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즈다으 부총리와 이브라힘 칼른 대통령 대변인은 이 사건을 두고 "터키를 겨냥해 꾸민 계략"이라거나 "터키정부의 고위인사를 흠집 내려는 음모"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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