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미녀의 집에서 하룻밤을?"…추석연휴 TV예능 성차별 여전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콩나물국 좀 끓여 놓으라고 했더니, 고것도 하기 싫어서…동남아는 무슨 동남아."
추석 연휴 방영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중견 남성배우가 외국여행 간 아내를 두고 한 혼잣말이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은 "주부에게 가사책임을 돌리는 가부장적 남성의 모습을 보여준 성차별적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남성 출연자 두 명이 해외 현지인의 집에서 하루를 보내는 내용의 또 다른 프로그램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 것으로 지적됐다. 남성이 하룻밤 재워줄 여성을 찾는 과정에서 '이런 미녀의 집에서 하룻밤을?', '이번엔 또 어떤 미녀를 만나게 될까?' 등 여성의 외모에만 집중하는 자막을 반복적으로 노출했기 때문이다.
양평원은 추석 연휴 기간 방송된 추석특집 TV 예능 프로그램 총 64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차별성 모니터링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 프로그램의 출연자 성비를 보면 주 진행자는 남성이 74.3%(26명)로 여성(9명)보다 월등히 많았고, 보조진행자(남성 55.2%)와 초대손님(남성 57.3%)도 남성의 비중이 높았다.
프로그램 속 성차별적 내용은 총 18건이 지적돼 성평등적 내용(5건)보다 훨씬 많았고, 성차별적 내용 중에는 성 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내용이 절반 이상이었다.
한 케이블 프로그램은 직장인의 퇴사를 주제로 한 삽화에서 출근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은 여성으로 묘사하고, 부하 직원을 괴롭히는 상사는 남성, 괴롭힘을 당하는 부하 직원은 여성으로 각각 표현했다. 직장 내 성별 고정관념을 야기할 수 있는 장면이라는 게 양평원의 지적이다.
또 다른 종편 프로그램은 일반인 여성출연자를 소개하는 영상에서 '캠퍼스의 여신', '매일 하는 일, 상·하체 운동'이라는 자막으로 여성의 내면과 능력보다 얼굴과 몸매 등 외모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중년 여배우를 '맥가이버'로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기계를 고치거나 나뭇가지를 손질하는 모습을 보여준 프로그램은 성평등 사례로 꼽혔다.
양평원은 이번 모니터링에서 찾은 성차별 사례에 대한 심의·개선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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