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제작 '고스트 건', 美총기규제 사각지대 논란
인터넷서 부품 구입·제작해 관리·추적 불가능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미국에서 이른바 '고스트 건'(ghost gun)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고스트 건은 소비자가 인터넷에서 부품과 소재를 사들여 손수 제작한 총기를 말하며, 일반 총기 구매 시 요구되는 범죄전력 조회 등이 필요 없다.
이렇게 제작된 총기는 일련번호도 없어 존재 여부는 물론 관리나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한 '유령 총'이다.
이 때문에 총기 매니아는 물론 일반 총기를 구입할 수 없는 범죄·폭력 전과자나 정신 병력자 등의 총기 소유 통로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이번 달 발생한 캘리포니아 총기 난사 사건 때도 '고스트 건'이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4일 캘리포니아 주 북부의 한 시골 초등학교와 마을 곳곳에서 총격범 케빈 닐(43)이 어린 학생과 학부모, 주민을 겨냥해 무차별로 총기를 난사, 총격범을 포함해 최소 5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했다.
미 주류·담배·화기 및 폭발물 단속국(ATF)에 따르면 '고스트 건'은 판매나 배포용이 아닌 개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제작하면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
미 '총기폭력 예방을 위한 기퍼즈 법률센터'는 그러나 '고스트거너 닷넷'(ghostgunner.net)과 '고스트건즈 닷컴'(ghostguns.com) 등 '고스트 건' 제작에 필요한 부품과 소재를 판매하는 사이트를 차단토록 인터넷망 사업자(ISP)들에게 촉구했다.
기퍼즈 법률센터는 2011년 지역구 애리조나 주에서 정치행사 도중 괴한 총격에 머리에 중상을 입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개브리엘 기퍼즈 전 민주당 하원의원이 설립한 총기규제운동 단체다.
이에 대해 고스트거너를 운영하는 코디 윌슨은 AP통신에 자신들의 제품은 연방법을 준수하고 있다면서, 규제 움직임에 대해 "법을 준수하는 고객들에 대한 합법적인 제품 판매를 막기 위한 압력 시도"라고 반발했다.
고스트건즈에 웹을 제공하고 있는 인터넷 호스팅 업체 '드림호스트' 측은 "판매 제품에 대한 법적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고스트거너 측에 웹을 제공하고 있는 소피파이도 고스트거너가 자신들의 정책을 위반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를 통해 필요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고스트 건'은 미국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수년간 '고스트 건' 문제를 연구해온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마크 A. 탈만 교수는 "총기를 엄격히 규제하는 다른 나라에서도 '고스트 건'이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호주의 경우 경찰이 압수한 불법 총기의 10~20%가 집에서 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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