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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9년만에 영화 연출, 고향 온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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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9년만에 영화 연출, 고향 온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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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9년만에 영화 연출, 고향 온 느낌"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장항준 감독이 '기억의 밤'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로맨틱코미디 '전투의 매너'(2008) 이후 9년 만의 영화 연출작이다.

'박봉곤 가출 사건'(1996)의 각본을 쓰며 영화계에 발을 들인 장 감독은 '라이터를 켜라'(2002)와 '불어라 봄바람'(2003) 등 코미디를 즐겨 만들었다. 법의학 드라마 '싸인'(2011)을 거쳐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영화 '기억의 밤'은 미스터리 스릴러. 시간을 잃어버린 동생과 청춘을 잃어버린 형의 비극적 인연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 감독은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스크린에 복귀한 소감을 밝혔다. "드라마로 하고 싶은 건 다 해봤다"며 "앞으로 드라마는 안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스릴러 장르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다음은 장 감독과 일문일답.


-- 9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 그동안 드라마 세 편 하고 연극도 한 편 올렸다. 영화 각색도 했다. 나름대로 이것저것 했지만 영화 연출 하니까 집에 온 것 같은, 먼 길을 돌아서 온 듯한 기분이다. 고향에 온 것 같다. 계속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드라마는 안 할 거다. 드라마로 하고 싶은 건 다 해봤다. 지금은 영화를 더 하고 싶다.

-- 복귀작이 스릴러다.

▲ 나이 드니까 스릴러에 끌리더라. 피치가 올라가고 감정이 뛰고 이런 것들이 어느 순간 좋아졌다. 드라마 '싸인'도 그런 영향이 컸다. 그동안 영화 시나리오도 많이 들어왔는데 전부 코미디였다. 나는 된장찌개 먹고 싶은데 자꾸 파스타 먹으러 오라고 하는 느낌이었다. 나이 드니까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자는 생각이 든다.

-- 모티프는 어디서 얻었나.

▲ 전혀 없다. 제목도 소설 같고 하니까 사람들이 전부 원작이 뭐냐고 물어보더라. 원래 시나리오를 빨리 쓰는 편인데 초고 쓰는 데 1년, 수정까지 합해 1년 반 걸렸다. 감정을 조여드는 독특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오히려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나이 먹어가는데 영화를, 빨리 해야 해' 이런 생각은 안 들었다.






-- 호러 요소까지 담았다.

▲ 재밌게 만드는 게 중요하지 무섭게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잠겨 있는 2층 방이 영화에서 중요한 장치 중 하나다. 동화 '푸른 수염의 사나이'에서 차용한 것이다.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궁금증과 호기심, 보이지 않는 미지의 것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 기존 한국영화와 다른 색깔의 반전이다.

▲ 장르는 그릇이고 이야기는 음식이다. 나는 스릴러라는 그릇에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에서 앞과 뒤의 이야기가 이질적이기 때문에 예측이 어려운 거다. 지금까지 한국영화에 없었던 설정이다. 오로지 범인을 잡거나 범인에게서 벗어나는 게 중요했잖나. 이 영화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

-- 서사의 틀을 뒤흔드는 반전이 비교적 일찍 나온다. 긴장감을 유지해가는 게 관건이었던 것 같다.

▲ 원래는 반대로 가야 하는데 이야기 구조상 어쩔 수 없었다. 사실은 뒤쪽이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다. 내 그릇이 스릴러이기 때문에, 중간에 톤이 너무 확 바뀐다는 것이 이 이야기가 갖고 있는 태생적 문제다. 관객 입장에선 논리적으로 이해하면서도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놀이기구에서 갑자기 내리는 것 같은 느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 1997년을 배경으로 한 이유는.

▲ 일단 가족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중산층이 붕괴되고 가족해체가 급속하게 진행된 때다. 단란한 가족 이야기로 출발하지만, 외롭고 불행한 두 남자의 이야기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실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두 남자를 통해서 우리의 운명이 이어져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강하늘은 어떻게 캐스팅했나.

▲ 시나리오를 고치고 있을 때다. 작년에 영화 '동주'를 보고 '저 배우 되게 잘 하네' 했다. 인기나 티켓파워 같은 건 전혀 생각 안했다. 나는 영화를 파는 사람이 아니고 만드는 사람이다. 미리 생각해서 검열할 필요는 없었다.

-- 흥행 부담은 없나.

▲ 스태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의 대표작이자 여러분의 대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재심'과 '청년경찰'이 흥행했지만 나에게 강하늘의 대표작은 '동주'다. 대표작은 흥행에 국한된 게 아니고 가장 완성도 있는 작품이다. 영화에 투자하고 매진한 사람들이 손해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은행 이자보다는 조금 더 벌었으면 좋겠다.

-- '라이터를 켜라'로 시작해 이야기가 조금씩 무거워진다.

▲ 의식적으로 그런 건 아니고 그때그때 좋아한 이야기를 한 거다. '라이터를 켜라' 때는 사회 풍자 성격의 코미디를 해보고 싶었다. '불어라 봄바람'은 우디 앨런 식으로 멜로 들어간 코미디를 한 거다. '싸인'을 할 때만 해도 권력에 달려들어 싸우는 드라마가 없었다. 지금은 스릴러가 좋은 거다. 다음에 어떤 작업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스릴러에 대한 갈증이 전부 해소된 건 아니다.

-- '연기파 감독'인데 이번엔 출연을 안 했다.

▲ 연기를 좋아해서 한다기보다는 누가 펑크를 냈거나 대안이 없는 경우였다. 자꾸 하다 보니 감독들이 부탁하기 시작했다. 거절을 잘 못해서 그런 거지, 연기를 즐기지는 않았다. 전문 배우들 밥그릇 빼앗는 거니까 안 불러주면 좋겠다. 배우들에게 그 역할 하나하나가 굉장히 소중한 걸 안다.

-- 아내인 김은희 작가는 영화를 봤나.

▲ 편집본까지는 봤다. 정말 재밌다고 했다. 시나리오 쓸 때부터 재밌다고, 잘 되겠다고 했다. 피드백을 해주는 정도지 고쳐주지는 않는다. 헷갈릴 때 내가 먼저 물어보기도 한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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