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날씨의 역설' 지중해 난민참사 속출…어제도 31명 익사
부실선박 유럽행 급증…올해 3천명·2000년 이후 3만3천명 비명횡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최근 들어 지중해를 통해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이주민들의 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영국 BBC방송, AFP통신 등에 따르면 리비아 해군은 25일(현지시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60㎞ 떨어진 마을인 가라불리 해안에서 배가 뒤집혀 최소 3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리비아 해군 대변인 아유브 카셈은 순찰대가 시신 31구를 확인했고 다른 60명은 구조했다고 설명했다.
확인된 사망자 가운데는 여성이 18명이었고 어린이도 3명이 있었다. 40명은 여전히 실종된 상태다.
구조된 이들의 국적은 소말리아, 가나, 나이지리아였고 파키스탄에서 온 이들도 4명이 있었다.
카셈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여러 사람이 공기주입식 보트 일부에 겨우 매달려 목숨을 이어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며칠 동안 지중해 기상이 온화해지고 파도가 잠잠해지면서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보트피플이 급증하고 있다.
프랑스 비정부기구인 'SOS 메디테라니'는 이날 리비아 근처 공해(公海)를 지나던 목선에서 400여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리비아 해군은 지난 24일 250여명,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지난 21일 무려 1천100명을 구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부 아잘라 압델바리 리비아 해군 대령은 "이주민들이 항해에 부적합한 선박을 타고 유럽행을 시도할 정도로 최근 날씨가 좋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에 닥친 내전, 극단주의 잔학행위, 가뭄과 기근, 절대빈곤 때문에 리비아와 이탈리아를 잇는 지중해 항로는 '죽음의 바다'로 변한 지 오래다.
국경을 넘는 이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간 국제기구인 국제이주기구(IOM)는 전날 지중해 보고서를 통해 참혹한 실태를 소개했다.
IOM은 2000년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지중해에서 숨지거나 실종된 이주자가 최소 3만3천761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이끈 필리프 파르그 유럽연합연구소(EUI) 교수는 "실제 비극의 규모보다 사망자가 적게 집계됐을 수 있다"며 "지중해 국경은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국경"이라고 지적했다.
IOM은 올해 지금까지 지중해를 건너다가 숨진 것으로 확인된 이들을 2천950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익사나 익사 추정자가 2천391명, 400명이었고 탈수로 숨진 이들이 29명이었다.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들이 102명에 달했고, 심지어 굶어 죽은 이들도 28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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