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시민들 촛불…"위안부문제 관련 인권후진국 향해 간다" 비판
'여성폭력철폐의 날' 맞아 도쿄 번화가 300여명 집회
"위안부문제 마주해야 여성폭력 해결…샌프란 항의로 인식수준 탄로"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의 양심있는 시민들이 25일 저녁 도쿄(東京)의 번화가 한복판에서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이하 전국 행동)은 이날 도쿄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부야(澁谷) 역 앞에서 유엔이 정한 '여성폭력철폐의 날'(11월 24일)을 기념해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전국행동은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자료관, 앰네스티 재팬, 피스보트, 자이니치(在日)의 위안부 판결을 지지하는 모임 등 50여개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단체다.
이날 촛불집회에서 이들 단체 소속 활동가와 일본 시민 등 300여명은 촛불을 들고 위안부 문제의 제대로 된 해결과 여성에 대한 폭력 없는 세상을 기원했다.
참가자들은 시부야 역 앞에서 육교를 거쳐 길 건너편까지 길게 늘어섰다. 이들이 만든 긴 촛불의 행렬은 주말 저녁 번화가를 지나가는 일본 시민들에게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역사와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당위성을 웅변했다.
시바 요코(柴洋子) 전국행동 공동대표는 "일본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 인권 후진국을 향해 가고 있다"며 "미국 샌프란시스코시의 위안부 기림비 승인에 대해 오사카(大阪)시가 자매도시 관계를 끊겠다고 발표한 것은 세계에 인권에 대한 일본의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쟁이 여성과 아이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이런 것은 지금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서 특히 중요한 사실"이라며 일본의 군국주의화 움직임을 비판했다.
이날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성희롱과 성폭행, 여성에 대한 음란영상물(AV) 강제 출연 등 일본 사회에서의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에서 시작해야 한다를 주장이 나왔다.
사토 가오리(佐藤香) 여성과 인권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일본 여성 15명 중 1명이 성폭력의 피해를 봤으며 피해자의 80%는 어린이, 청소년 혹은 젊은 여성들"이라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해결을 하지 못하면 지금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성폭력 문제를 풀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돈을 얼마 주고 해결했다고 할 게 아니라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마주 봐야 한다"며 "그렇지 못하면 일본 사회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