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심판 원해" IS 성노예 자서전 냈다
이라크 야지디족 유엔친선대사 '마지막 소녀'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2014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이라크 모술에 성노예로 끌려가 수난을 당한 소수민족 야지디족 여성이 악몽 같은 경험을 담은 책을 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라크 소수 야지디족 여성 나디아 무라드(24)가 IS 성노예로 고통받은 경험을 고스란히 담은 자서전 '마지막 소녀'(The Last Girl)을 출간했다.
IS는 2014년 8월 이라크 북서부 신자르 지역에 거주하던 소수 종교 부족 야지디족을 급습해 수천명을 죽이고 여성 2천명을 납치해 성노예로 삼거나 노예시장에 팔아넘겼다.
당시 IS의 이런 만행은 미국 등 서방 세계가 IS에 맞설 국제동맹군을 결성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IS가 처음 무라드가 살던 마을을 점령했을 당시 그는 학생이었다. IS대원들은 마을 주민을 학교 건물로 모은 뒤 남성들을 끌고 나가 총살했는데 당시 무라드의 형제 6명이 모두 죽었다.
IS는 여성과 소녀 중 노약자 일부는 다시 학살하고 남은 이들을 이라크 모술로 끌고 가 야지디족 신앙을 부인할 것을 강요하며 성폭행과 고문을 일삼았다.
무라드도 모술에 끌려가 IS 성노예로 팔려 다녔고 탈출을 시도한 벌로 집단 강간을 당하는 등 입에 담기도 괴로운 끔찍한 나날을 보냈다.
무라드는 WP에 "자세한 내용은 매번 다시 얘기하지 않아도 되도록 자서전에 모두 담았다"고 말했다.
3개월간 고통의 나날을 보내던 무라드는 IS대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담을 넘어 탈출을 감행했고 그 길로 모술의 한 가정집 문을 두드려 도움을 요청했다.
무라드는 2015년 독일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아 남편을 잃은 언니와 슈투트가르트의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유엔 친선대사로 IS의 만행을 고발하고 야지디족 보호 캠페인을 벌인 공로로 유럽평의회 인권상과 유럽 최고 권위의 사하로프 인권상을 받았다.
무라드는 모술 주민들이 야지디족 성노예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모술에는 당시 200만여명의 민간인이 있었고 납치된 (야지디족)소녀 2천여명이 거기 있었다"며 "수많은 가정이 그 소녀들을 도울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모술에서 여성은 베일을 착용해야 해 야지디족 여성을 얼마든지 숨겨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WP는 모술에서 야지디족 여성의 탈출을 도운 이라크인 상당수는 대가로 수천달러를 요구하며 무라드의 올케도 이라크에서 탈출할 때 친정 가족이 현지인에게 2만달러(약 2천168만원)를 지불해야 했다고 전했다.
무라드는 지난 여름 IS가 떠난 고향 마을을 찾아가 폐가로 변한 옛집에서 눈물을 흘렸다.
무라드 언젠가 "나를 성폭행한 남성들의 눈을 보며 그들이 정의의 심판을 받는 모습을 보기를" 소망하며 "나 같은 경험을 가진 마지막 소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미용사 자격증을 따고 미용실을 열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는 무라드는 그땐 "사람들이 나를 (IS 만행의) 생존자가 아닌 스타일리스트로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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