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무사히 끝났다!"…긴장과 불안으로 속끓인 포항 고3 담임
이른 아침 시험장 찾아 제자 격려한 포항고 권일 교사
(포항=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 "계속 조마조마했어요. 시험 때만은 안 흔들리길 바랐어요."
포항고등학교 3학년 담임인 권일(52) 교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3일 어스름한 이른 아침부터 시험장인 두호고 앞을 찾았다.
다른 고3 담임교사 몇몇과 함께 두호고에서 시험을 보는 제자 80여명에게 기운을 북돋워 주기 위해서였다.
권 교사는 "우리 학교도 피해를 봤지만 교실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고 체육관이 많이 부서졌다"며 "우리 학생들은 시험장 변경 없이 예정 장소에서 시험을 쳤다"고 말했다.
모든 수험생과 학부모가 그랬겠지만, 권 교사에게도 수능이 연기된 지난 일주일은 몹시 불안하고 조심스러웠다.
그는 "수험생에게 수능 일주일 연기란 제대 앞둔 군인에게 일주일 더 있으란 것과 다름없지 않았겠냐"고 했다.
지진 후 처음 2∼3일간 고3 학생은 안전을 크게 걱정하며 마음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도서관이나 독서실로 가기 시작했고 공부할 곳이 마땅찮은 일부는 학교로 나와 수능 전날 저녁까지도 교실에서 자습하며 시험에 대비했다.
하지만 교실에서 어쩌다 책상 끄는 소리에도 학생들이 지진인 줄 알고 대피하려 하는 모습을 보며 여전히 불안감이 내재해 있다는 걸 느꼈다.
그는 이날 시험장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격려한 뒤 포항고 일대에서 시간을 보냈다.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난이도 분석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으려니 마침내 별 탈 없이 시험이 끝났다.
권 교사는 "체감상 규모 3 이상만 아니면 학생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지진이 없어 다행이다"며 안도했다.
그는 지친 학생들에게 시험이 어땠느냐고 일부러 묻지 않을 생각이다.
권 교사는 "지금도 안전에 대한 불안이 크겠지만 이제는 지진보다는 성적을 걱정하는 그런 여느 일상으로 되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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