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만 무료' SW업체, 기업 80곳에 저작권소송 최종 패소
대법 "컴퓨터 메모리에 일시적 복제, 저작권 침해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 '개인용으로 쓸 때만 무료'라는 단서를 달아 프로그램을 배포한 소프트웨어 업체가 이를 업무용으로 사용한 80개 기업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냈지만, 최종 패소했다.
소프트웨어를 무단 사용한 기업에 계약을 어긴 데 따른 돈을 달라고 요구할 수는 있을지라도 저작권 침해로 볼 수는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3일 메리츠화재와 벽산엔지니어링 등 80개 기업이 컴퓨터 화면캡처 프로그램인 '오픈캡쳐' 저작권사 ISDK를 상대로 낸 '저작권으로 인한 채무부존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인터넷 화면을 캡쳐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오픈캡쳐는 당초 무료로 배포됐지만 2012년 버전 업데이트 과정에서 비상업용·개인용으로 쓸 때만 무료라는 단서가 포함됐다. 업무용으로 쓰려면 별도의 라이선스를 구매하도록 했다.
그러나 80개 기업 직원들이 무단으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자 오픈캡쳐 측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비용 지불을 요구했고, 기업들은 소송으로 맞섰다.
쟁점은 기업들이 업데이트 버전을 내려받은 게 저작권사의 복제권을 침해한 것인지, 기업들이 하드디스크에서 불러낸 소프트웨어를 실행할 때 컴퓨터 메모리에 일시적으로 저장되는데 이를 불법 복제로 볼 수 있는지 등 2가지였다.
재판부는 기업들이 프로그램을 하드디스크에 내려받은 것에 대해 "복제가 피고의 허락 하에 이뤄진 것이므로 복제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업데이트 버전은 일단 하드디스크에 내려받은 뒤에 '개인용(무료)이냐, 업무용(유료)이냐'를 묻는 창에서 선택하게 돼 있으므로 내려받는 단계까지는 저작권사가 복제를 허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은 쟁점은 기업들이 '개인용'을 선택한 뒤 이 프로그램을 실행하면서 컴퓨터 메모리에 일시적으로 저장된 부분이 생기는 문제였다. 최소한 이런 '일시 저장'은 저작권사가 허락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일시 저장에 대해 "통상적 컴퓨터 프로그램의 이용 과정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경우로서 독립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기업들이 약관(업무용 유료)을 위반하여 사용한 것에 대해 채무불이행 책임을 지는 것은 별론으로 한다"고 언급해 저작권 침해가 아닌 계약 위반을 이유로 소송을 냈을 때는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앞서 1심 법원은 기업들의 '일시 저장'에 대해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 반면 2심은 "효율적인 정보 처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저작물을 컴퓨터에 일시적으로 복제하는 것을 허용한다"면서 저작권 침해를 불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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