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김윤석 "이 영화,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1987년, 한국현대사에서 가장 격동적이었던 시기를 그린 묵직한 영화가 연말 관객을 찾는다.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 영화 '1987'은 희대의 명언으로 역사에 기록된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시작한다. 대공수사처 박처장은 증거를 인멸해 사건을 덮으려 한다. 그러나 서울지검 공안부장 최검사가 시신 화장을 거부한다. 경찰은 거짓 발표로 사건 은폐를 계속 시도한다.
대학생의 죽음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윤기자, 사건의 책임을 지고 구속된 대공수사처 조반장, 그로부터 진상을 알게 된 교도관 한병용, 수배 중인 재야 인사에게 사실을 전달하려 하는 한병용의 조카 연희의 이야기가 차례로 이어지며 시대의 변화가 조금씩 시작된다.
'지구를 지켜라',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의 장준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장 감독은 22일 CGV 압구정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1987년 1월 박종철 열사가 돌아가시고 6·10 항쟁이 일어나기까지, 많은 분이 각자 양심의 소리를 내다가 온 국민이 거리로 뛰어나오는 이야기를 담았다"며 "온 국민이 주인공이 되는,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윤석이 박처장, 하정우가 최검사 역을 맡아 '추격자'와 '황해'에 이어 세 번째로 맞대결한다. 박종철 열사의 부산 혜광고 후배이기도 한 김윤석은 "무조건 시나리오가 좋았다"며 "이 영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기꺼이 한 숟가락을 얹었다"고 말했다.
평안남도 지주 집안 출신으로 한국전쟁 때 홀로 월남한 박처장은 반공이 곧 애국이라 믿는 대공수사 전문가다. 김윤석은 평안도 사투리를 연마하고 마우스피스를 껴가며 고집스럽고 권위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김윤석은 박처장에 대해 "시대가 만들어낸 괴물 같은 불행한 인물"이라며 "악인이라기보다는 어떻게 그런 인물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하정우는 "과거의 아픈 사건을 관객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이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정의 실현에 대한 이야기다. 관객들이 제 편에 서서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병용 역의 유해진은 '택시운전사'에 이어 다시 한 번 역사의 한가운데 선 평범한 소시민을 연기한다. 그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희색으로 시작해 푸른 색으로 끝나는 느낌을 받았다. 한병용이 푸른색을 띠게 만드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아가씨'에서 인상적으로 데뷔한 김태리가 87학번 대학 신입생 연희 역, 이희준과 박희순이 각각 윤기자와 조반장 역으로 나온다. 설경구·오달수·김의성·문성근도 카메오로 얼굴을 비춘다.
1987년을 스크린에 담는다는 소식에 여러 배우가 먼저 제작진에 연락해왔다는 후문이다. 장준환 감독은 "1987년에 기적 같은 일이 있었고 30년 후에도 작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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