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택연금에도 웃은 무가베…짐바브웨의 이상한 '평화 쿠데타'
심각한 유혈사태 없어…해외언론 "아프리카 , 국제사회 이목 신경써"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37년 동안 짐바브웨를 통치한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을 무너뜨린 군부 쿠데타는 아프리카에서 유례가 드문 평화로운 군사정변으로 남을 전망이다.
아직 후임자로 권력 이양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지난 15일 짐바브웨 군부가 국영 ZBC 본부를 장악한 이후 일주일을 돌아보면 심각한 폭력사태를 찾아보기 힘들다.
가택에 연금됐던 무가베 대통령은 17일에는 잠시 양복 차림으로 대학졸업식에 참석해 개회선언을 했다.
짐바브웨 현지 언론은 수도 하라레의 대통령 사저에서 무가베 대통령과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 수장 콘스탄틴 치웬가 장군이 나란히 웃으며 서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하루아침에 권력을 빼앗긴 독재자의 모습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무가베 대통령이 19일 국영 TV로 생중계된 대국민연설에서 예상과 달리 사퇴 요구를 거부했지만, 당시 옆에 자리한 군인들은 특별히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무가베 대통령이 계속 퇴진을 거부하자 집권여당은 의회의 탄핵이라는 합법적 카드를 빼 들었다.
일반 시민들의 대응도 대체로 차분했다. 시민 수만명은 축제 분위기 속에 거리에 나가 무가베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고 대학생들도 강의실에서 나와 힘을 보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짐바브웨의 이상한 위기는 매우 현대적인 쿠데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역사적으로 아프리카의 권력 이동은 폭력적이었지만 오늘날 (쿠데타의) 당사자들은 국제사회의 견해를 더 의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프리카는 정치적 민주화가 더딘 대륙으로 평가되지만 짐바브웨 쿠데타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하는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디언에 따르면 1960년 이후 아프리카에서는 군부 쿠데타가 200여차례나 발발했고 많은 경우 유혈사태가 빚어졌다.
또 짐바브웨 쿠데타가 평화적으로 진행된 것은 무가베 대통령의 존재감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짐바브웨의 야당 정치인인 데이비드 콜타르트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무가베 대통령은 나라에 해를 끼쳤지만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존경받는 독립영웅으로 알려졌다"며 "군부는 그를 해치는 것이 아프리카에서 분노를 살 것이라는 점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무가베 대통령이 과거 짐바브웨에서 백인통치에 맞서 싸운 독립영웅이었다는 점이 신변보장에 도움이 된 셈이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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