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패딩 인기에 과소비 논쟁…업체 경쟁 과열 우려
'지나친 유행' vs '예쁘고 따뜻'
'등골브레이커'처럼 유행 후 재고 처리 부담 걱정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롱패딩이 올해 겨울 유행이 절정에 달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최대 '핫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다만 대부분 제품 가격이 30만원대 이상에 형성돼 있는 등 비싼 데 더해 디자인이 유행에 민감해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22일 최근 한 패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롱패딩이 예쁘지 않고 활동성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글이 올라와 댓글 논쟁이 벌어졌다.
글쓴이는 "롱패딩을 사는 이유가 '추워서', '기본 아이템이라서', '예뻐서'라고들 얘기하는데 유행이라 구매한 것 아니냐"며 "몇년 전만 해도 아무도 안 입었는데 설득력이 없다"고 적었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고등학생들이 다 검은 롱패딩만 입고 다니는데 안 이쁘다', '너무 두텁고 길어 불편하다', '유행이 길어야 2년인 듯한데 돈 아깝다'며 글쓴이에 동의하는 반응을 보였다.
30만∼50만원 정도 하는 롱패딩을 지금 유행해서 샀지만 몇년 후 유행이 지나 입지 못하면 결국 과소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다른 네티즌들은 '롱패딩 입은 지 10년도 넘었다', '개인에 따라 예뻐 보일 수도 있고, 추워서 살 수도 있는데 굳이 지적해야 하느냐'고 글쓴이의 말에 반박하기도 했다.
'평창 롱패딩'은 롱패딩이 현재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제품으로, 신성통상이 제작한 '구스롱다운점퍼', 일명 '평창 롱패딩'은 14만9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생산된 3만장 중 7천장을 제외한 물량이 모두 판매됐고,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17만∼20만원에 리셀이 올라오고 있다.
평창 공식온라인스토어에서 동나자 오프라인 매장인 롯데백화점과 아울렛 등은 이를 구매하려는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매장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다.
애초 추가 생산 계획이 없다던 신성통상은 "공장 생산 여력을 점검해 추가 생산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업체들이 유행에 편승해 우후죽순으로 비슷한 디자인의 롱 패딩을 생산하면서 경쟁이 격화되는 데 대한 우려도 크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롱패딩을 출시한 업체는 수십 곳에 달하고,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 외에도 일반 패션브랜드,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골프브랜드 등 대다수 업체가 모두 뛰어들었다.
대부분 업체는 지난해보다 롱패딩 생산 규모도 몇 배로 늘렸다.
하지만 셔츠나 바지처럼 소비자들이 여러 벌을 구매하지 않는 외투의 특성상 재고가 내년 역시즌 때 대폭 할인된 가격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때 '등골 브레이커'라 불리며 청소년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던 헤비다운은 업체 간 과열 경쟁으로 인기가 급격히 하락했다.
이로 인한 재고 처리는 모두 업체들의 몫으로 돌아가 업체들은 남아도는 헤비다운 제품들을 큰 폭으로 할인 판매하면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도 롱패딩의 유행으로 지난해 인기가 있었던 일반 다운 제품들을 80∼90% 가격으로 판매하는 업체들이 더러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업계 불황이 지속하면서 유행하는 아이템에 편승해 매출을 조금이나마 올리려는 움직임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며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면 인기가 식으면서 결국 판매율이 떨어지고, 재고를 저렴하게 처리해야 해 부담이 업체들에 돌아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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