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6조 증자 "참여 펀드들 면면 보니 경영간섭 우려"
서버러스·서드포인트 등 행동주의 펀드들 줄줄이 참여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도시바(東芝)가 6천억엑(약 6조원) 증자로 상장폐지 우려는 불식시켰지만, 반도체 매각이 지연되며 증자 결정을 서두른 측면이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1일 보도했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들에 의한 경영간섭 등 부작용이 부각되자 도시바와 거래하는 은행 간부는 아사히에 "걱정이다"고 말했다. 다른 간부는 "서둘러 증자를 결정할 필요는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시바가 증자 가능성을 탐색하기 시작한 것은 9월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 매각처를 확정한 직후부터였다. 내년 3월 말까지 매각이익을 얻어 채무초과를 해소, 상장폐지를 피하려고 했다.
그런데 최종 매각 결정이 지연되었기 때문에 절차가 완료되지 않을 우려가 속속 제기됐다. 채무초과액은 9월 말에 6천억 엔을 넘었고, 내년 3월 말에는 7천500억 엔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한 뒤 주수익원으로 생각하는 인프라사업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이 전망되는 투자처로서 해외 연금기금이나 대학 등에게 인기가 있다.
세계적인 자금여유로 금리수준이 하락하는 가운데 해외에는 운용난으로 고전하는 투자펀드도 적지 않기 때문에 신주를 발행해 사들이는 제3자할당 증자의 경우 가능하다고 도시바는 판단했다.
문제는 발행가격이었다. 지난 9일 중간결산발표 전후로 주가는 계속 하락경향을 보였지만, 채산성이 떨어지는 사업의 수정안 등이 여러 형태로 보도되자 주가가 상승할 조짐도 보였다.
17일 종가는 292엔이었다. 증자할 때 주가가 약하면 발행주식수가 늘어나는 문제가 있지만 거꾸로 지나치게 높으면 인수 측은 이익이 적다. 이를 감안해 3자할당은 1주당 263엔에 발행한다.
도시바 관계자는 "300엔을 넘으면 증자 인수 후보가 일시에 줄어버리게 된다"고 봤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은 일요일인 19일 이사회를 열어 서둘러 증자를 결의하는 이례적 사태가 생겼다.
증자에 참여하는 펀드들은 도시바 주가가 작년 12월 이후 40% 가까이 하락했지만, 본업은 흑자경영이기 때문에 증자에 의해 경영이 안정되면 주가가 올라 매각이익 실현을 기대한 것 같다.
증자는 12월 5일 실시할 예정이다. 모아진 자금으로 미국 원자력발전사업과 관련된 보증채무 지불을 앞당겨 손실을 확정하게 되면 약 2천400억 엔의 세부담 경감도 전망된다. 채무초과도 해소한다.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반대하는 협업 상대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의 화해 교섭에도 증자는 도움될 것으로 도시바는 판단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해석했다.
WD이 국제중재재판소에 신청한 매각중지 가처분신청이 인정돼 매각이 백지화되어도 상장유지가 되기 때문이다. WD에 소송 취소를 요구, 이달 내에 결말을 기대하는 화해교섭과도 관계있다.
그런데 증자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약 60개로 알려진 인수회사들은 사업회사가 아니고, 모두가 투자펀드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간섭이 심한 행동주의 펀드가 많은 게 도시바로서는 부담스럽다.
과거 세이부홀딩스에 프로야구팀 매각 등을 압박했던 미국 서버러스(Cerberus)나 대형 소매업체 세븐아이홀딩스 임원인사안에 이의를 제기했던 미국 서드포인트(Third Point) 등 유명 행동주의펀드가 포함된 것이다.
10여년 전 일본에서 화제를 불러모았던 옛 무라카미펀드 출신자들이 만든 에피시모(Effissimo)캐피털 매니지먼트계 펀드가 11.34%를 보유하며 최대주주가 될 전망이 나오는 것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에피시모는 관계자들에게 지분을 15% 정도까지 높일 의향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가 상승을 노려 사업매각이나 인원 삭감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상태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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