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했던 김윤동, 일본전에 다시 등판한 이유는
일본전 2경기에서 1⅓이닝 3피안타 3볼넷 3탈삼진 3실점
한국시리즈였다면 불가능한 운영…한국 야구 미래 위한 선택
(도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한국시리즈 5차전을 지켜본 선동열(54)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일찌감치 김윤동(24·KIA 타이거즈)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마무리 투수로 기용한다는 방침을 굳혔다.
김윤동은 한국시리즈 경험이 없는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침착하게 강속구를 던져 두산 타자를 꽁꽁 묶었다.
그러나 정작 한일전에서 김윤동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16일 일본과 예선전에서 4-3으로 앞선 9회 말 등판,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도 볼넷 2개와 안타 1개로 만루 위기를 초래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한 번 실패를 맛본 김윤동은 설욕을 바랐다. 19일 일본과 결승전을 앞두고 정민철 투수코치에게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일본전에 등판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선 감독은 경기에 앞서 "선수가 먼저 등판하겠다고 말하니 기특하다. (김)윤동이뿐만 아니라 (구)창모도 일본전에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약속을 지켰다. 0-1로 끌려가던 4회 말 무사 1, 3루에서 과감하게 김윤동을 투입했다.
'투수 교체의 달인' 선 감독의 선택이라고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투수 교체였다.
보통 단기전에서는 한 번 무너진 마무리 투수를 팽팽한 상황에서 쓰지 않는다.
심리적인 충격에서 벗어날 시간이 필요해서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이 투수 교체는 실패였다.
김윤동은 첫 타자로부터 삼진을 뽑아냈지만, 볼넷을 허용해 만루를 채운 뒤 연속 안타를 내줘 3실점 했다.
순식간에 점수는 0-4로 벌어졌다. 일본 선발 다구치 가즈토는 7회까지 한국 타선을 농락했다. 한국은 끝내 이 격차를 만회하지 못하고 0-7로 완패했다.
그렇지만 속 사정을 보면 선 감독이 김윤동의 요청을 받아들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번 대회 한국의 목표는 우승보다는 젊은 선수들에게 여러 경험을 주는 것이었다.
한 차례 무너진 김윤동이 '일본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만 있다면 선 감독도 해볼 만한 도박이었던 셈이다.
김윤동이 3점을 내줬지만, 선동열 감독은 평소와 달리 교체하지 않았다.
결국, 김윤동은 2사 2루에서 가이 다쿠야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직접 이닝을 마쳤다.
사실 김윤동은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일본과 예선에서 첫 타자와 상대하던 도중 팔뚝에 통증을 느꼈다. 옆구리도 좋지 않아 시속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도 뿌리지 못했다.
그러나 김윤동은 용기 있게 등판을 자처했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대신 김윤동은 일본 타자와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선 감독도 김윤동이 등판해 결과가 좋지 않다면 논란이 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경기를 앞두고 "이번 대회는 친선 경기지만,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윤동이와 창모가 던지면 '왜 또 쓰냐'고 하실 걸 안다. 그렇지만, 그들이 자신감을 얻어야 미래 (한국 야구를 위한) 선수가 된다"고 강조했다.
젊은 선수에게 경험을 주기 위한 선 감독의 세심한 기용은 '25인 전원 출전' 약속을 지킨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본과 결승전에 앞서 도쿄돔 그라운들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선수는 박세웅, 김명신, 김대현, 심재민(이상 투수)과 장승현(포수)까지 5명이었다.
선 감독은 적당히 출전 기회를 배분해 이들에게 모두 출전 기회를 줬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바라보는 선 감독은 3년 앞서 도쿄돔에 정성껏 씨앗을 심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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