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력·마운드 모두 일본에 밀려
베테랑, 아시안게임·프리미어 12에 본격 합류할듯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야구대표팀을 이끌 KBO리그 첫 전임 감독에 선임된 선동열(54) 감독은 "이번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에 출전한 대표 중 올림픽까지 계속 갈 수 있는 선수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른바 '선동열의 아이들'이 꾸준히 성장해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AG), 2019 프리미어 12는 물론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도 계속 태극마크를 달고 좋은 성적을 내달라는 바람이었다.
APBC는 한국, 일본, 대만프로야구에서 뛰는 만 24세 이하 또는 프로 3년 차 이하 선수들이 경쟁하는 무대다.
정예 국가대표 간 A 매치는 아니었지만, 선동열 호(號)는 결승에서 일본과의 수준 차를 절감하며 제1회 APBC를 준우승으로 마감했다.
도쿄올림픽까지 대표팀의 주축이 될 국제용 선수들을 발굴한 건 큰 소득이다.
'대포알 직구'로 일본과의 예선에서 5이닝을 1점(비자책점)으로 막은 장현식(NC 다이노스), 예술에 가까운 체인지업으로 대만 좌타자들을 7이닝 동안 꽁꽁 묶은 옆구리 투수 임기영(KIA 타이거즈)은 소득의 첫머리를 장식한다.
빼어난 선구안으로 출루 능력과 센스 넘치는 주루를 뽐낸 박민우(NC), 대만전에서 회심의 3루타로 대표팀을 살린 '바람의 손자' 이정후(넥센 히어로즈), 대표팀 4번 타자로서 홈런과 2루타 등 장타로 존재감을 남긴 김하성(넥센), 공수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류지혁(두산 베어스) 등은 차세대 국가대표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젊은 유망주들의 한계 또한 명백하게 드러났다.
수년째 KBO리그를 지배하는 '타고투저' 현상 탓에 젊은 투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좀처럼 제 기량을 펴지 못했다.
지난 16일 일본과의 예선 첫 경기에서 불펜이 두 번이나 3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을 허용해 연장 접전에서 7-8로 패한 대목, 그리고 19일 일본과 두 번째로 격돌한 결승에서 7명의 투수가 볼넷 8개로 자멸해 결국 0-7로 완패한 대목이 이를 증명한다.
요소마다 제 몫을 하는 투수들이 없는 실정에서 선동열 감독 특유의 톱니바퀴 같은 계투 작전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김하성을 제외하곤 제대로 펀치력을 보여준 타자가 없었다는 점도 아쉽다.
김하성은 일본과 두 경기에서 홈런과 2루타로 그나마 대표팀 체면을 세웠다. 기대를 건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은 대회 내내 한 번도 터지지 않았다.
이는 이번에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이 KBO리그에서 포지션별 최고 선수로 입지를 굳히지 않는 이상 내년 아시안게임, 프리미어 12, 도쿄올림픽까지 줄줄이 이어지는 국제대회에 계속 발탁될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선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경험을 키워주고자 이번 대회에서 뽑을 수 있던 와일드카드(나이와 연차 제한과 무관한 선수) 3명을 아예 선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병역 혜택이 걸린 아시안게임과 도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프리미어 12에는 최정예 대표팀을 꾸려야 하는 만큼 선 감독의 대표팀 구성 복안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을 대거 불러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투타 전력의 균형을 맞추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는 게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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