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간 파손, 식욕 부진 사례 많아…"말 못하는 짐승인데"
(포항=연합뉴스) 이덕기 최수호 기자 = 규모 5.4 지진이 난 뒤 경북 포항 북구 일대 가축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20일 포항 북구 농가들에 따르면 가축 피해는 주로 외양간이 강한 진동에 파손되거나 소 등이 평소보다 여물을 잘 먹지 않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 소는 임신 상태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앞으로 유산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흥해읍 망천리에서 소를 사육하는 배용자(55·여)씨는 "임신한 소가 지진 이후 여물을 제대로 안 먹어 아무래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송1리 오주식(53) 이장은 "지진으로 가축이 직접적인 피해를 본 경우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마을 내 외양간 2∼3곳이 진동으로 부서졌다는 신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오 이장은 "외양간에 있는 소도 평소보다 여물을 잘 먹지 않아 주인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고 전했다.
또 용천 1리 최영태(54) 이장은 "주민과 주택 피해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어 아직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마을 내 외양간 한 채가 지난 15일 지진 당시 부서졌다는 신고를 받았다"며 "여유가 생기는 대로 가축 피해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다"고 했다.
용천 2리 최석문(61) 이장은 "용천리 주민 가운데 피해 신고를 한 경우는 없지만, 이웃 마을 지인이 키우는 소 여러 마리가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고 말했다.
최 이장은 "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당장 문제가 생기기보다 한참 지나서 유산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 인과 관계를 밝히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일부 가정에서는 애완견도 강한 진동과 잦은 여진으로 스트레스 상태에 빠져 잘 먹지 않고 있다고 한다.
포항 시내 한 동물병원 수의사는 "잇따르는 지진에 사람도 견디기 힘든 상황이다"며 "가축은 의사 표현을 못 하는 데다 이동도 자유롭지 못해 스트레스가 사람보다 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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