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다시 '겨울 백악관'으로…마라라고 위상은 "예전만 못해"
백인우월주의 '양비론' 발언 이후 마라라고서 예정된 행사 대거 취소돼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 '겨울 백악관'으로 불리는 미국 남부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있는 호화 리조트 '마라라고'에서 추수 감사절을 보낼 예정이지만, 마라라고의 위상은 예전만 못해졌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간) 전했다.
마라라고는 소유자인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명성을 얻으면서 자선행사와 결혼식이 줄줄이 개최되는 등 호황을 누렸다. 회원 가입비가 배로 올랐다는 보도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차례나 방문해 행사장을 돌며 손님을 맞이하기도 했다.
1인당 750달러(약 82만 원)인 자선행사, 각국 대사들이 연미복 차림으로 참석하는 적십자 행사 등 겨울에 팜비치에서 열리는 주요 행사는 지난 몇 년간 마라라고에서 잇따라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이곳을 찾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시위에 대해 양비론을 펴며 옹호한 뒤 마라라고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 발언 후 올해 겨울 시즌에 열기로 했던 19개 자선행사가 돌연 취소됐다.
자선단체 측에 장소를 옮기라는 요구가 쇄도했기 때문이다.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도 공개적으로 마라라고 행사를 취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정도였다.
이 때문에 마라라고에서 열기로 했던 25개 행사가 6개로 줄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남은 행사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 또는 기업 CEO 등이 마련한 것이거나 급조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성들의 모임인 '트럼펫 USA', 공화당 전국청년연맹, 미 기독교방송네트워크(CBN) 등이 마라라고에서 행사를 개최했거나 개최할 예정이다.
팜비치 데일리뉴스의 섀넌 도넬리 사회담당 편집장은 "마라라고가 예전에는 정치적인 곳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팜비치의 중심이 마라라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찌꺼기'라고 조롱했던 '브레이커스' 클럽으로 옮겨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평가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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