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중3 대표팀서 끝내기 친 기분과는 비교도 안 돼요"
대만전 1-0 승리 이끈 벼락같은 3루타 '쾅'
이종범 코치는 웃으며 "저 말고 정후한테 물어보세요"
(도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이종범(47) 야구대표팀 코치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일본전을 잊지 못한다.
한국은 0-1로 끌려가다 8회 1사 2, 3루에서 이종범이 2타점 2루타를 터트려 2-1로 역전승했다.
당시 이종범은 2루를 거쳐 3루까지 뛰다 아웃됐다. 너무 기쁜 나머지 만세를 부르며 주루했고, '바람의 아들'도 3루까지는 가지 못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났다. 그의 아들 이정후(19·넥센 히어로즈)는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너무 잘 어울리는 선수가 됐다.
아빠가 한국을 살렸던 것처럼, 이정후도 한국 야구를 위기에서 구했다.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만전에서 0-0으로 맞선 6회 말 2사 1루에서 천관위를 상대로 선제 결승 1타점 3루타를 뽑았다.
아버지가 밟지 못했던 3루를 이정후는 넉넉하게 밟았다.
이날 경기에서 패하면 그대로 짐을 싸야 했던 한국은 이정후의 결승타와 선발 임기영의 7이닝 무실점 역투를 앞세워 대만에 1-0으로 이겼다.
경기가 끝난 뒤 이종범 코치 얼굴에는 미소로 가득했다.
이강철 투수 코치는 이 코치의 마음을 읽었다는 듯 엉덩이를 툭 치며 축하했다.
이 코치에게 소감을 묻자 그는 쑥스럽다는 듯 "저 말고 저기 (이)정후한테 물어보세요. 오늘은 정후가 주인공"이라면서도 "기분 좋다"고 웃으며 더그아웃을 빠져나갔다.
이정후는 활짝 웃으며 "중학교 3학년 때 대표팀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적 있다. 오늘 안타는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라고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앞 타석에서 슬라이더를 쳤는데 멀리 뻗지 않았다. 다시 슬라이더를 노리고 있는데 마침 공이 들어왔다. 정말 열심히 뛰었다"고 설명한 뒤 장내 공식 인터뷰를 위해 그라운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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