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심 누른 30대 뉴질랜드 총리 "나 선출 땐 시위 전무"
아던 총리, EAS 회의 때 트럼프 상대 두둑한 배짱 과시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37살의 신예 재신더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71살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밀리지 않는 입담을 과시했다.
지난 달 취임한 아던 총리는 국제 데뷔 무대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포함한 행사에 참석한 뒤 지난 15일 귀국길 비행기 안에서 자국 매체 '뉴스룸'과 인터뷰를 하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가벼운 대면 순간을 소개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아던 총리는 필리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중 공식 만찬 행사의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난치듯 옆에 있는 사람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두드렸고, 이어 아던 총리를 보고는 "이 숙녀분이 자기 나라에서 예기치 않은 많은 혼란 상황을 일으켰다"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지난 9월 뉴질랜드 총선에서 아던의 노동당은 제2당에 그쳤으나 예상을 깨고 약 한 달 만에 연정 구성에 성공해 집권했고, 아던이 총리가 된 사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아던은 "아세요, 내가 (총리로) 선출됐을 때는 단 한 사람도 거리 시위에 나서지 않았어요"라고 웃으며 대응했다고 말했다.
아던의 대답은 지난 1월 트럼프 취임식 다음 날 전 세계적으로 트럼프 반대 시위가 열려 500만 명가량이 참가한 것을 상기한 것으로, 아던도 당시 시위 참가자 중 한 명이었다.
이같은 말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냥 웃기만 했고 언짢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고 아던은 덧붙였다.
아던 총리는 또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과 약 5분간 통화한 사실도 언급하면서 그가 뉴질랜드 총선에 "정말로 관심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아던 총리는 귀국길 뉴질랜드헤럴드 인터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몇 차례 얘기를 나누면서 받은 인상을 묻자 "일관성이 있다"며 "공식 석상이나 언론을 통해 볼 때처럼 뒤로도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칭찬인지 비아냥인지 그 속뜻을 놓고 많은 말이 나왔다.
이밖에 아던 총리는 지난주 자신의 애완 고양이가 차에 치여 죽었을 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위로를 보내왔다며 당시 "정말 인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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