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통합론' 재천명에 벌집 된 국민의당…"첫사랑 호남 버리나"(종합)
안철수, '당대당 통합' 정면돌파…"한국당과 손 안잡아" 선긋기도
호남 중진 불참에 제2창당위 회의 취소…"철저한 노선투쟁"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설승은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빅텐트'를 언급하며 중도통합 의지를 재천명하자 즉각 호남 중진들이 격렬히 반발하면서 당은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듯했다.
당내 반대 기류를 의식해 잠시 몸을 낮춰왔던 안 대표는 바른정당 유승민 신임 대표의 선출을 전후로 다시 통합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관련 발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안 대표는 16일 덕성여대 특강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가능성 질문에 "연대 내지는 통합으로 가는 것이 우리가 처음 정당을 만들었을 때 추구한 방향과 같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합리적 진보, 개혁적 보수가 중심이 되는 빅텐트를 쳐야 한다"면서 보수까지 아우르는 세 규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는 21일 당의 진로를 둘러싼 '끝장토론'을 앞두고 내부의 비판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내에서는 현재 격론 끝에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에 이은 선거연대까지는 모색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지만, 안 대표는 이를 넘어 '당대당 통합'까지 염두에 두고 협상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호남 중진들은 감정적인 표현까지 쏟아내며 안 대표를 공개 비난하고 나섰다.
조배숙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내에는 더 이상 통합논의는 없다는 식으로 비추고서는, 밖에서 다른 메시지를 내는 것은 온당치 않다"면서 "유감 천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옛사람들이 말하길 화류정은 석 달이요, 본댁정은 백 년이라 했다"면서 "안 대표의 바른정당과의 통합의지는 첫사랑 호남을 버리고 짝사랑 유승민을 선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 이상 모호한 태도로 당이나 안 대표나 또 소속의원들이나 유권자들을 기만하거나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천정배 전 대표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대표의 통합론을 겨냥해 "나라를 해롭게 하는 반개혁 적폐연대의 길인데 결코 함께 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천 전 대표는 특히 "철저한 노선투쟁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에 따르는 국민과 당원들의 결정이 있을 수 있다"며 정면충돌을 예고하기도 했다.
정동영 의원은 전날 저녁 YTN 라디오에서 "안 대표는 '언론이 앞서나간다'고 해놓고는 불쑥 '통합의 빅텐트를 치자'는 식으로 얘기해 당혹스럽다"면서 "재벌 오너같은 정치를 하는데, 이는 당원 동지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의 모임인 국민통합포럼 토론회에서 햇볕정책과 관련해 양당의 공통분모를 모색한 '친안'(친안철수) 성향 이태규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관점"이라며 바른정당과의 근본적인 안보관 차이점을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천정배·조배숙·주승용 등 호남 중진 의원들이 다수 포진한 제2창당위원회는 이날 오전 예정대로 회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일정을 취소했다.
이들은 지역구 행사 참석을 이유로 회의에 불참했지만 당내에서는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며 통합논의에 문을 열어둔 김태일 제2창당위 공동위원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손금주 수석대변인의 전격적인 사퇴도 여러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전남 나주·화순이 지역구인 손 의원 역시 안 대표에 대한 좋지 않은 지역구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추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당내 다른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통합의 대상으로 자유한국당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최고위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한국당과 하면 나는 차라리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국민의당은 기득권 양당구조를 혁파하기 위해 만든 당으로, 민주당과도 한국당과도 손잡을 수 없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는 통합론의 무게추가 '보수'에 쏠려있다는 인식을 줄 경우 호남 의원들로부터 공감을 얻기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발언으로 보인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