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에 갇혀 팔려가던 멸종위기 앵무들, 인니 당국에 구조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창살이 박힌 플라스틱 파이프에 욱여넣어져 해외로 밀수되던 멸종위기 앵무새들이 인도네시아 당국에 구조됐다.
17일 일간 콤파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경찰은 최근 인도네시아 동부 말루쿠우타라 주 등지에서 앵무새 125마리를 필리핀으로 밀반출하려던 현지인 남성 4명을 체포했다.
압수된 앵무새들은 직경이 수㎝에 불과한 배수용 플라스틱 파이프에 갇힌 채 짐처럼 쌓여 있었다.
특히 이중 41마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 위기종(Endangered)인 엄브렐라유황앵무(Cacatua alba)로 확인됐다.
나머지 84마리는 뉴기니 앵무(Eclectus roratus)였으며, 발견 당시 엄브렐라 유황앵무 1마리와 뉴기니 앵무 6마리는 이미 폐사한 상태였다.
체포된 현지인들은 재판에 회부돼 최장 5년 징역과 1억 루피아(약 8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야생동물보전협회(WCS) 소속 활동가인 드위 아디아스토는 "인도네시아 오지에서 밀렵된 희귀 조류는 북술라웨시와 필리핀, 바탐 등지를 거쳐 유럽과 아시아 각국으로 팔려간다"고 말했다.
그는 "파이프나 물통 등에 새들을 끼워넣는 것은 신체활동을 최소화해 오랜 시간 이동해도 폐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나 이 과정에서 상당수가 무시 못할 상해를 입는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은 멸종위기 조류 130여종이 서식하는 생물자원의 보고(寶庫)이지만, 1만7천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군도국가인 탓에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많아 밀렵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구조된 앵무새들은 현지 야생동물보호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안전한 지역에 방사될 것으로 전해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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